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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앙집권형 채용 버린 현대車, 잘한 일이다

정의선식 자율·혁신 실험
벤츠엔 아예 공채가 없어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부터 인재 선발방식을 '정기 공채'에서 '상시 공채'로 바꾼다. 채용 주체도 본사 인사부문에서 각 현업부문으로 전환하고, 정기공채 필수 시험과목이었던 현대차그룹 인적성검사(HMAT)도 폐지한다. "기존 채용방식은 청년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기업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10대 그룹 가운데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 방식을 채택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처음이다.

사실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선발방식이다. 미래 먹거리인 수소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차가 이번에 채용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치게 된 것도 이런 세계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에는 우리 같은 대졸 신입사원 대규모 공채제도가 아예 없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필요할 때마다 인재를 선발하는 상시채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수인력을 일괄 채용하는 기존의 국내 기업 신입사원 채용방식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공동체의식 함양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1만명에 가까운 인력을 대규모로 뽑는 방식은 충성스러운 제너럴리스트를 양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뽑는 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막상 채용한 인원의 20% 가까이가 직무적합성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악순환도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손실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획일적 평가방식을 버리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뽑기 위해 다양한 선발방식을 도입, 매우 까다롭게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계는 이번 현대·기아차의 혁신적 변화를 계기로 다른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도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 방식이 정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융합형 인재 확보가 우리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날로 극심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우수인재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전문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은 그들을 고용하는 기업의 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