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은행권 노동이사제 추진 확산 속 우리銀 노조의 상반된 행보..."지주체제 안정이 먼저"

국민은행에 이어 기업은행 노조도 노동이사제 추진 
은행권에 노동이사제 추진 확산 조짐 
우리은행 노조는 지분 높이며 지주 체제 안정화 우선 추진 입장 
우리사주조합 통해 타은행 대비 많은 회사 지분 보유 영향 
안정적 노사관계, 주가 흐름에도 긍정적 요인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은행권에 노동이사제 추진 바람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은행 노조는 이와 뚜렷히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노동이사제 도입 계획은 없고 우선적으로 지주 체제의 안정화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지주사 출범이라는 시기적 요인과 더불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타은행 대비 많은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 노조의 특수성에 기인한 측면이라는 해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은행권에 노동이사제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날 기업은행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을 공식화하고 15∼22일 추천 인사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017년 말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였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한 만큼 명분이 생겼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노조는 추천 인사를 접수받아 이달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용근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추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국민은행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합의한 후 곧바로 노동이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주주 제안을 통해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이처럼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잇따라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은행권에 노동이사제 도입 이슈가 다시금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들해질 것처럼 보였던 노동이사제 문제가 국민과 기업은행을 기점으로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라며 "다른 은행 노조들에게도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 노조는 이른 시기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며 상반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분을 높여 지주 체제의 안정화를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 관계가 원만하고 지주사도 출범해 현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노동이사제를 추진할 필요성은 없으며, 다가올 주총에서도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것은 물론 추진 시기에 대한 논의도 전무한 상황"이라며 "지분을 높이면서 갓 출범한 지주사 체제의 안정화를 먼저 도모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지주사 출범이라는 시기적인 요인과 함께 타은행 대비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 노조의 특수성도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6.5%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는 약 0.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은행 노조들에 비해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향후에도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분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곳에 비해 회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만큼 직원들도 단순히 노동자의 가치만 주장하지 않고 회사의 가치도 함께 신경쓰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경영진이 책임경영을 외치듯이 직원들도 똑같이 책임지고 기업의 당면 과제 해결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며, 우리사주 보유를 통해 이같은 행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안정적인 노사 관계는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완전 민영화와 관련해 우리금융지주의 향후 주가와 관련한 여러 얘기들이 나오는데, 다른 주가 부양 요인들도 있지만 안정적인 노사 관계도 주가 부양에 반드시 필요한 요인"이라며 "파업 등과 같은 심각한 내부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낮다는 측면 등은 분명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