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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감 끊기면 자동차 업계 미래 없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알리는 사이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GM이 부평공장의 생산물량을 30%가량 줄인다고 한다.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내놓은 극약처방이다. 르노삼성도 노사 갈등과 판매 부진이 겹치자 얼마 전 르노 본사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신차를 배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상무부가 곧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업계 안팎에서 그야말로 먹구름이 밀려들 참이다.

그런데도 한국GM과 르노삼성 노조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형국이다. 르노삼성은 기본급 인상과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요구하며 10월부터 부분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GM 노조도 무급휴직자 생계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노사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우물 안 투쟁'처럼 비쳐진다는 게 문제다. 군산에서 그랬듯이 결국 자동차 공장의 문을 닫게 하는 임금 투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의 15일자 인터뷰 내용이 큰 울림을 준다. '임금투쟁보다 일자리 지키기가 우선'이라는 지론이 설득력이 있어서다. "투자자가 떠나면 노동자가 길거리에 나 앉는다"는 말은 2009년 대주주였던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손을 뗄 때의 쓰라린 경험에서 나왔을 법하다. 당시 쌍용차 근로자의 3분의 1이 넘는 2600명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후 10년 째 무파업을 이어왔다.
그러니 아직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500억원 투자를 약속하는 등 희망이 보이는 게 아니겠나.

자동차 업계가 지금 거위 배를 갈라 황금알을 빼먹을 시점은 아닐 듯싶다. 르노삼성과 한국GM 노조는 무분규 속에 지난해 쌍용차가 올린 역대 최대 매출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세계 최고 수준 연봉을 받으면서 '광주형 일자리' 반대 파업을 거론하는 현대차 노조도 일감이 끊기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