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野반대· 탄핵 전 사직'…與, 법관탄핵명단 공개 '신중론'

'野반대· 탄핵 전 사직'…與, 법관탄핵명단 공개 '신중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해찬 "국회 일정 잡혀야 명단 발표할 수 있어"

(서울=뉴스1) 김세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을 탄핵 소추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주 공개 예정이던 탄핵 명단 공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2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법관 탄핵 여부와 관련해 추후 의원총회를 열어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부터 사법 농단 관련자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이 90%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관 탄핵 논의를 당 안팎으로 해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초 법관 탄핵 소추 명단과 관련 "당에서 6명 정도를 검토 중"이라고 곧 발표할 모습을 보였지만, 정의당을 제외한 야권이 소추에 반대하면서 이뤄지지는 못했다.

명단 공개를 통해 야당을 정면 압박해 탄핵 소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야당이 완강하게 반대를 하는 상황에서 명단을 공개할 경우 협의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의당이 지난 14일 권순일 대법관을 비롯해 총 10명의 법관 탄핵 명단을 공개했지만, 다른 야당은 여전히 탄핵 소추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야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법관들을 탄핵할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소추에 반대하고 있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역시 탄핵 소추가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정의당만으로는 법관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관 탄핵안을 발의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하고, 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탄핵 소추에 찬성하고 있는 민주당(128석)과 정의당(5석)의 의석수를 합할 경우 발의는 할 수 있지만 의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명단 공개로 인해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판사들이 자진해서 사직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직 판사가 탄핵을 당하면 5년간 변호사 개업이 제한되지만, 탄핵 절차 전 사직할 경우 탄핵 대상에서 제외돼 개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못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탄핵안이 제출되면 본회의 보고를 거쳐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하지만, 국회가 공전하고 있어 탄핵 절차를 진행시킬 수 없다.

이에 민주당은 2월 임시회 윤곽이 잡히는 대로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이번 주 명단 공개 방침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실제 이해찬 대표는 전날(19일) 기자간담회에서 법관 탄핵 소추 명단과 관련 "공개하겠다는 방침은 당에서 정해졌다"면서도 "(명단을) 5~6명 정도로 압축했지만, 명단 발표는 국회 일정이 잡혀야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미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관 탄핵을 공식적으로 할 지 말 지부터 시작해, 어떤 방식·범위로 할 지도 다시 의총을 열어서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야당과의 협의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3월 초쯤 명단 공개를 해 야당을 다시 압박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이 3월 초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을 기소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민주당이 기소 전 명단을 공개해 여론전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명단 공개가 늦어도 3월 초쯤 이뤄지지 않겠나"라면서 "명단을 공개한 이후 검찰의 기소까지 진행될 경우 야당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