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美 'WMD·미사일 동결' 언급…상응조치는 관계진전에 초점

美 'WMD·미사일 동결' 언급…상응조치는 관계진전에 초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2일 오전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 앞에 북미정상회담 관련 대형 현수막이 놓여져 있다. 2019.2.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美 'WMD·미사일 동결' 언급…상응조치는 관계진전에 초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2일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파르크호텔에서 아침을 먹기위해 식당을 방문 후 방으로 돌아가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2019.2.22/뉴스1 © News1

美에서 '핵동결' 주장 꾸준히 제기돼…美 검증요구
외신 "北, 현재까지 실무협상에서 아무것도 내놓지 않아"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미국이 제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입구로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중간 단계 목표로 설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상응조치는 양국 관계 진전내용을 핵심으로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리가 21일(이하 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freeze),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설정하는 '로드맵' 작성을 북한에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핵동결 주장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미국 조야에선 장시간이 예상되는 대북 협상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북한의 핵능력이 증강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 있다. 그래서 이를 중단하는 것이 현실적 우선 선위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구축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말했고,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 특보도 중간 목표로 핵 동결 합의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결 범위를 '모든 WMD'라고 하면 Δ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참관·사찰) Δ영변의 플루토늄·농축우라늄 등 시설에 Δ미공개 농축우라늄 시설 Δ핵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시설이 포함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북한의 생화학무기 제조시설까지 염두에 두고 이 같은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라면, 정상회담 전 기선제압의 성격인 것으로 분석된다. 생화학 무기는 6.12 센토사 합의에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동결 확인을 위해선 신고와 사찰 검증의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하노이에선 동결 범위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그리고 동결에 대한 검증 방식을 놓고 논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7년 6자회담 때 핵시설 폐쇄와 사찰 수용을 약속했지만, 협상은 신고 및 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 폐기 전에 시료채취, 사찰·검증해야 하고, 이 절차 없이 페기하면 제재완화는 없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합의가 쉽지 않으니 확실한 '딜'이 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4불 원칙'(핵무기 실험·생산·사용·전파 중단)을 밝힌 점을 상기시켰다.

동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로드맵 작성은 더욱 쉽지 않은 작업으로 보인다. 비핵화, 상응조치와 관련한 로드맵이 마련되면 핵동결 수준의 '스몰딜' 우려가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또 후속 협상으로 가는 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북미간 합의가 동결 수준에 그치게 되면 상응조치 수준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적대적 관계 청산, 불가침 선언 정도 그리고 부분적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비핵화와 상응조치(제재완화)보다는 양국 관계 진전 쪽으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 정부 관리는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를 진전시키는 것이 실무협상팀의 과제"라며 "이번 주에 우리는 그걸을 포함해 많은 의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매우 신속하고 큼직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22일 오전 9시쯤부터 베트남 하노이 시내의 '파르크 호텔'(닛코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다. 전날에는 오후에 4시간30분가량 1차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까지 북한 관리가 비건 대표에게 거의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고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귀에 솔깃한 제안을 정상회담장에서 꺼내놓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