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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북미회담·미중협상' 공통점

[차이나 톡] '북미회담·미중협상' 공통점


한 국가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인적·물적 자본의 중요성이 매우 높았다. 요즘엔 흔히 신뢰를 중요한 발전 덕목으로 꼽는다.

신뢰를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사회적자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회 구성원 간 공유된 제도와 규범 네트워크를 비롯해 신뢰가 바로 사회적자본을 구성하는 주요 자산이다. 이 가운데 신뢰가 사회적자본의 중추라 할 수 있다. 사회적자본은 기회비용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자본이 쌓여야 위험을 줄이기 위한 비용투자를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회적자본의 중요성과 적용의 문제는 한 지역이나 기업, 국가 단위를 대상으로 언급돼왔다. 그러나 경계 없는 글로벌 경제시대가 도래하면서 사회적자본 문제는 글로벌 단위의 논의로 확장되는 추세다.

다음 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과 3월 1일 기한만료를 놓고 벌이는 미·중 무역협상도 신뢰 문제를 놓고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신뢰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협상도 신뢰가 낮아 합의안 이후 후속 강제이행 장치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 빅 이벤트인 북·미 정상회담이나 미·중 무역협상 모두 협상 당사자 간 신뢰 부족이 최종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두 가지 협상 모두 신뢰가 부족하다보니 향후 이행에 대한 제동장치 마련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우선 북·미 협상에서 미국이 중요하게 내건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정리할 수 있다. 일각에선 대북협상 현실론도 제기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반도 평화정착 수준으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북·미 협상에서 최대 협상 목표치는 CVID다. 북·미가 비핵화의 높은 수준에 합의한다는 내용이지만 검증 가능하다는 점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비핵화 확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중 무역협상도 양국 간 신뢰부족 탓에 무역협상 타결 이후 이행방안을 놓고 심각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방 선진국은 중국이 기존 무역질서에 순응할 것이란 순진한 기대감을 품고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켰다. 세계 2대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해 섣불리 반대논리를 정면에서 펼치는 국가는 미국 외에 없다. 미국은 중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들면서 미·중 무역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일관된 이행을 보장할 강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 겸 국제관계대표는 18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합의가 지속 가능하고 검증 가능하다는 믿음을 쌍방이 확보하도록 하는 이행강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한 점은 현재 양국 관계의 신뢰 수준을 보여준 사례다. 중국이 합의안을 '이행'하고 '강제'하는 장치가 빠진다면 중국의 어떠한 다짐도 의미없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전망 섞인 언급이지만 마치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 해법에 그대로 적용될 만한 말이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이나 미·중 정상회담 모두 신뢰의 밑천이 약한 탓에 합의안에 대한 후속 이행장치 마련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마련하는 강제장치들은 불신에 대한 대가다. 두 가지의 세계적 빅 이벤트가 대승적 합의로 결말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양측 간 신뢰 쌓기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