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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도 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불인정] 불황에 인건비 리스크까지.. 재계 "車산업 위기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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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도 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불인정] 불황에 인건비 리스크까지.. 재계 "車산업 위기 가속화"
기아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22일 서울 서초중앙로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자동차가 22일 통상임금 소송 2심 판결에서도 패소해 1조원 상당의 인건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1심과 비교해 부담금액은 소폭 줄었지만 현재 경영상황에서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계는 현재 수익성 악화 등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산업계 전반에 '인건비 리스크'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경영위기 vs 아니다' 해석 논란

이날 재판부의 판결에서 승소 여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인정 여부에서 갈렸다.

1심에서 △상호 신뢰를 기초로 해 노사합의를 이루어 자율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온 노사관계를 고려해 △근로자들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라는 결과 발생을 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 또는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내놨던 재판부는 2심에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2013년 6.7%였던 영업이익률이 2016년 4.7%, 2017년 1.2%, 2018년 2.1% 등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경영위기라는 입장이다. 또 2010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 노조가 매년 파업을 강행한 점 등을 들어 노사관계를 조화롭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2심에서 적극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는 이날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소송과는 별도로 통상임금 특별위원회 운영을 통해 노사 간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2심에선 노조 측이 요구한 중식대와 통상임금 중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일률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1심에서 공제가 인정되지 않았던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은 공제를 인정받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인용금액은 1심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경영부담은 큰 상황"이라며 "선고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계 "기업에 부담 주는 판결" 비판

이날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 결과가 나오자 재계는 자동차 산업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즉시 우려를 표했다. 특히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신의칙에 대한 모호한 판단근거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심히 유감스럽고 승복하기 어렵다" "국가 및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각각 내놨다.

경총은 "노사가 1980년대의 정부 행정지침(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사실상 강제적인 법적 기준으로 인식해 임금협상을 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던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임금협상을 둘러싼 제반 사정과 노사 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신의칙 적용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관적·재량적·편파적인 판단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경총은 법원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도 이날 2심 결과에 대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금번 판결이 인건비 추가 부담에 따른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며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서 사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재판에서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에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우선적인 판단기준이 되고, 해당 산업의 경쟁상황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 역시 "대법원이 2013년도에 통상임금 부분에 이미 정리해 놓은 사안이라 기업 입장에서는 피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됐다"고 지적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권승현 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