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화웨이 탄압 중지 시사한 트럼프… 中과의 무역협상 지렛대로?

"5G, 경쟁이 중요 美보다 앞선 기술 막는 게 아니다"

화웨이 탄압 중지 시사한 트럼프… 中과의 무역협상 지렛대로?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 무역전쟁 중에 중국 화웨이를 집중 공격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21일(현지시간) 돌연 트위터로 화웨이 탄압을 그만둘 수 있다고 암시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ZTE를 제재했다 풀었던 것처럼 미·중 간 무역전쟁 해소를 위해 화웨이와 화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다 "나는 미국에서 5세대(5G) 통신기술을, 더 나아가 6세대(G)를 가능한 한 빨리 보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해당 기술은 현재 표준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빠르며 똑똑하다. 미국 기업들은 반드시 노력을 더 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뒤처질 거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아주 분명히 보이는 미래에 뒤처질 이유가 없다"며 "보다 발전한 기술을 막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승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서 반드시 리더가 되어야 하며 특히 매우 흥미진진한 기술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세계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5G 개발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화웨이를 줄곧 공격했던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동떨어진 주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정부에 요청해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하도록 했다. 미 정부는 캐나다에 멍 CFO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한편 지난달 2건의 기소를 통해 화웨이와 화웨이의 미 자회사 스카이컴 임원 6명을 기소하고 23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혐의에는 이란 제재 위반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미 사업 파트너인 T모바일의 기술을 훔쳤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미 정부는 화웨이가 전산망에 인증 없이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인 일명 '백도어'를 자사제품에 설치해 팔았다며 동맹들에게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끝내가는 가운데 화웨이 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쓰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화웨이는 좋은 협상용 카드가 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기소를 멈출 수는 없겠지만 추가 행정명령을 조절할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4월 세계 4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ZTE가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미 기업과 7년간 거래를 끊는 강경 제재를 발표했으며 그 결과 ZTE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3개월 뒤에 갑자기 ZTE에게 벌금을 받고 제재를 풀어줬다. 당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에서 중국의 압박을 요구하기 위해 제재를 풀었다고 풀이했다.


또한 미국 내 5G 기술 정착을 위해서는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지닌 화웨이를 빼놓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5G 기술 개발에서 드러나는 좌절 중 하나는 미국이 스스로 미국제 5G망을 건설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의 라이언 딩 통신장비사업 사장은 "나는 5G 시장에서 화웨이가 빠진다는 것은 영국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빠지는 것과 같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