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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은.국책銀 지방이전 요구 터무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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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전을 요구하는 대상에는 3대 국책은행(산업·수출입·기업은행)뿐만 아니라 한국은행까지 포함돼 있다. 해당 의원들은 부산과 전북권 출신이며, 서로 자기 지역으로 이전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안도 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 전북 전주갑)은 최근 산은과 수은 본점을 전북혁신도시로 옮기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호남 출신 의원들도 대거 서명했다. 김해영 의원(민주당, 부산 연제구)은 이에 맞서 산은·수은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도 민주당 소속 부산 출신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김두관 의원(민주당)은 한은·산은·수은·기은법의 '본점 서울' 규정을 삭제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의원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번짓수가 틀렸다. 균형발전은 공기업 지방 이전에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공기업 경영효율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는 상생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은 공기업과는 다르다.

금융은 본점을 옮긴다고 옮겨지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남대문시장을 지방으로 옮기자는 발상과 같다. 부산이나 전주에 상가를 지어 남대문시장 간판을 내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남대문 상권까지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남대문 상권은 오랜 세월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상거래 수요가 모여들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건물이 옮겨간다고 금융 수요와 기능까지 옮겨지지는 않는다. 국책은행 본점 이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고비용 구조만 심화될 뿐이다. 국책은행과 거래기업의 경쟁력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게 뻔하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요구는 선거에서 득을 보려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전북혁신도시를 부산에 이어 제3의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이 빚이 됐다. 금융은 금융의 논리를 벗어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