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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업상속세 낮춰야 100년 기업 나온다

세율 높아 승계포기 잇따라
26일 당정 TF 논의에 기대

더불어민주당 '가업상속세와 증권거래세 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가 26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첫 회의를 연다. 이날 개편 방향을 담은 초안을 논의하고, 4월 중 최종 개편안을 확정한 뒤 하반기에는 입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여당이 세워놓은 시간표다. 당정은 "이 문제를 실제 개선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을 수 있지만 다양한 협의와 토론을 통해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개선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우리의 상속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 부담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50%로 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지만 최대주주 주식할증 30%가 적용되면 실질적인 상속세 부담은 65%에 이른다는 것이 경총의 주장이다. 이는 미국(40%), 영국(40%), 독일(30%) 등 선진국보다 높을 뿐 아니라 OECD 평균(26.3%)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업인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가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상속세가 기업의 영속성과 대외경쟁력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고세율의 상속세는 기업 하려는 의지를 꺾을 뿐 아니라 편법 증여와 상속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업력 10년 이상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업승계를 포기한 기업이 전체의 42%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업승계 과정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상속세 등 조세부담'(69.8%)을 첫손가락에 꼽았다는 사실은 정책당국이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기업을 팔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상속세는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성공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상속세 폭탄을 피할 길이 없어 가업승계 대신 지분매각 등 고육지책을 선택하는 현실도 가슴 아프다.
지난 1996년 개정 이후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기업상속제 아래선 상속세를 내기 위해 물려받은 주식과 부동산을 내다 팔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렇게 해서는 100년, 200년 장수하는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이 나오기 어렵다. 이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가업상속세 완화를 위한 TF가 기업의 숨통을 터줄 수 있는 개선안을 하루빨리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