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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흐지부지 끝난 文 정부 재정개혁

문재인정부의 재정개혁이 흐지부지 끝났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정개혁보고서'를 내놨다. 달랑 16쪽짜리다. 이로써 재정개혁특위는 지난해 4월 출범한 지 10개월 만에 활동을 접었다.

출범할 땐 의욕이 컸다. 문재인정부의 포용적 성장을 재정개혁으로 뒷받침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려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중간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일이 어그러졌다. 당시 특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언론은 이를 부자증세로 해석했다. 그러자 기획재정부가 급제동을 걸었다. 청와대도 기재부 편에 섰다. 끝내 특위 권고안은 작년 세제개편안에 담기지 않았다. 이후 특위는 힘이 쏙 빠졌다.

최종보고서는 두루뭉술로 일관했다. 재정개혁의 핵심인 조세 개편, 그중에서도 부가가치세·소득세·법인세 3대 세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부가세는 1977년 도입한 이래 42년째 10% 세율에 묶여 있다. 간접세인 부가세율을 높여 눈덩이 복지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에도 묻혔다. '넓은 세원' 원칙에 따라 소득세 면세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외면당했다. 현재 소득세는 절반이 면세자다. 보고서는 다만 "중장기적으로 적정한 과표 및 세율 조정 등을 통한 과세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뿐이다.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다. 특위는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세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 상속세, 원전 관련 과세 등에 대해서도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자잘한 권고를 들으려고 특위를 꾸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세금은 예상보다 25조원이나 더 걷혔다. 다들 불황이라고 아우성인데 나라 곳간은 풍년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와 청와대로선 굳이 여론을 거슬러가며 현 세제를 뜯어고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 통에 재정개혁특위만 공중에 붕 뜬 꼴이다. 문재인정부가 이번에 중장기 조세개혁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