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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2차 핵담판 결렬] 한발짝도 못나간 비핵화 … 하노이 선언 없었다

'한반도 시계제로'
두정상 오전까지 화기애애 … 확대회담서 분위기 급반전
김정은 먼저 떠나고 서명식·만찬 없이 트럼프 단독회견
"北, 완전한 제재완화 원했지만 불가"… 대화 여지는 남겨

[北美 2차 핵담판 결렬] 한발짝도 못나간 비핵화 … 하노이 선언 없었다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첫번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첫번째)이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 하노이(베트남)=이설영 기자】 '하노이 회담'에서는 북·미 간 핵담판이 사실상 결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우호적 분위기에서 대화를 했다고 밝혔지만, 다음 회담일정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회담에 대한 합의문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북·미 관계가 또다시 교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도 당장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2시15분쯤(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위원장과 생산적 시간을 보냈지만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으며, 그냥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북한은 완전한 제재완화를 원했지만 이를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회담을 끝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북·미 양측이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장래에 추가 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북·미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조치와 미국의 제재완화의 등가성 여부를 놓고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발전을 원하는 김 위원장은 '완전한' 제재완화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칫 제재를 해제할 경우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분명한 비핵화조치를 확인한 뒤 제재완화 및 해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 뒤 제일 먼저 전화를 할 계획"이라며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으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두 정상이 다음 회담 일정을 논의하지 않음에 따라 북·미 관계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미 정상은 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 내 정원에서 대화하면서 산책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 11시55분 업무오찬, 오후 2시5분 서명식 등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2시20분쯤 회담장을 떠났다.

이날 오전 본격 회담을 하기 전 두 정상의 모두발언 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양 정상은 진지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그동안 양측이 많이 노력해왔고, 이제는 그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면서 "여기 하노이에서 이틀째 훌륭한 대화를 (트럼프 대통령과) 이어가고 있고, 오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말고도 또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미 여러 차례 밝혔지만 북한은 경제적 강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으며, 회담에서 많은 합의를 이루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북·미 관계를 지속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눈에 띄었던 것은 모두발언이 끝나고 현장에 간 기자들 질문에 김 위원장이 대답을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그(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답해 자연스럽게 기자회견에 임했으며,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