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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않겠다" 美 "연합훈련에 부정적"…대화 동력 남아

北 "핵실험 않겠다" 美 "연합훈련에 부정적"…대화 동력 남아
2019년 코브라골드 연합훈련에 참가 중인 한국 해병대가 16일 태국 핫야오 해안에서 미국·태국 해병대와 함께 연합 상륙훈련을 실시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2019.2.16/뉴스1

북미, 사실상 '빈손회담'…한반도 비핵화 차질
트럼프, 연합훈련 포기 시사하면서 대화 여지 남겨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일단 멈춰섰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수준에 북한이 응하지 않아서다.

다만 북측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고 미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추가 대화의 가능성은 남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만나 비핵화와 제재완화와 관련된 진일보한 결과를 내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원했던 부분에 대해선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 결렬의 직접적인 이유를 지적한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계기로 비핵화 로드맵이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지만 북미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급격한 냉각기로 접어들게 됐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시작했던 북한의 비핵화 여정은 1년 만에 중단을 우려할 만큼의 위기를 맞이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되자 이를 발판삼아 북미 간 비핵화 합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결과로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든 모양새가 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비핵화 1단계 조치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합의를 원했던 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북미관계가 다시 경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우리 정부는 이번 결과로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남북관계의 진전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모두가 예상했던 '빅딜'도 '스몰딜'도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 협상 의지를 나타낸 것은 그나마 다행인 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분위기였다. 회담을 파기하려고 박차고 나온 게 아니라 좋은 분위기로 나왔다"며 "단순 취소가 아니고 해야 할 일이 단계별로 많이 남아 있다. 해야 할 일에 대해 서로 입장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추가 대화를 시사했다.

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은 숙소로 들어갔고 이후 '두문불출'하면서 이번 회담에 대한 북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예단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비춰볼 때 북측 역시 추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다르면 김 위원장은 "더는 핵실험을 안 하고, 로켓 발사를 안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제발전이 시급한 북한으로서도 어렵게 회복한 미국과의 관계가 다시 틀어져서 좋은 것은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도 북미 정상 간 자리에서 '핵실험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협상의 끈을 이어갈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그동안 강하게 반대해오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도 추가 대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에 대해 막대한 비용을 이유로 들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당초 상반기 연합훈련 계획을 북미회담 이후 발표할 것으로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다음달로 예정된 '키리졸브 연습' 등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또 다시 지난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이어 또 다시 유예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협상의 결과와 관계 없이 연합훈련이 조정된다면 북측으로서는 미측의 성의를 느끼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군 당국은 당장 연합훈련이 유예되는 일은 없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휘소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의 경우 명칭이 '19-1 연습'으로 바뀐 데다가 독수리(FE) 훈련은 대대급 수준의 야외 기동훈련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예년보다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