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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북미 관계 '냉각기'…대화동력은 살아 있어

비핵화·상응조치 이견, 톱 레벨서도 해결 못 해
트럼프 "궁극적으론 합의할 수 있을 것"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핵 담판이 결렬됐다. 대화 불씨가 꺼진 건 아니지만 당분간 북미 협상 냉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는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정상회담 확대회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업무오찬과 합의문 공동서명식은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현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분위기는 좋고 우호적이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무오찬을 통해 좀 더 협상을 해볼 수 있는데도 사전에 합의한 일정까지 취소한 것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는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수준과 순서에 대해 상당한 의견차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비핵화할 의지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제재 해제를 원했다"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회담에서 걸어 나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전체를 폐기할 의사를 밝히면서 그 대가로 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이 중요한 시설이긴 하지만 대북 제재를 해제할 만한 카드는 아니라고 보고 이러한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미국은 미사일, 핵탄두, 무기체계, 핵 신고 등을 포괄하는 '영변+α(플러스알파)'에 대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지만 북한이 수용하지 않은 거로 보인다.

북미는 지난해 6·12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수준, 순서를 놓고 오랫동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교착을 풀 열쇠로 여겨졌던 정상 간 담판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북미 협상의 향방이 안갯속에 빠졌다. 북미 정상 간 신뢰와 좋은 관계로 회담을 끌어나가기엔 역부족이란 점도 드러났다.

정상끼리도 해결하지 못한 난관을 실무 협상으로 풀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측은 향후 협상이나 회담 일정도 못박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저도 만족하지 못하는 딜을 하느니 추후에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배수진을 쳤는데, 김 위원장이 향후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양보할지는 미지수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취해온 북한이 회담 결렬에 반발하면서 북미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의견차를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줘야지만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회담 결렬에도 불구, 북미 대화판이 깨진 것은 아니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서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저는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앞으로 계속 만나 협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접거나 더이상 희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더 맣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전술을 펼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며 "비핵화 수준을 높여놓고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알았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대화 재개의 신호가 오가게 되면 북한도 시간을 지연하지 않고 대화를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