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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文이 金과 대화해 달라"…서울 답방 불씨 지피나

트럼프 "文이 金과 대화해 달라"…서울 답방 불씨 지피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2.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중재자' 등판 나설 南, 北의 첫 입장 수위 주목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미국과 한국이 28일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후 곧바로 '상황 정리'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베트남 하노이를 떠나며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 '중재자'로서의 한국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당초 예상치 못했던 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빠른 대화 재개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도 즉각 호응해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구 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반도의 냉전적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역사적 과업의 달성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의지와 결단을 기대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노고'를 한껏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앞서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직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사이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며 북미 협상 과정에서의 적극적 역할을 자임한 바 있다.

관건은 북한, 즉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이다.

예정된 남북 간 최대 이벤트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남이 있다. 문 대통령의 평양행으로 성사된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의 답방 차원으로 약속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였다.

북미 협상의 최대 고비가 닥친 상황에서 순연됐던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카드가 다시금 빛을 보게 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도 방남 카드는 매력적인 카드다.

미국이 인정한 '중재자'로서의 남측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뿐더러, 남북 경협 등 비핵화 협상의 타결 후 기대할 사안들에 대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로 북미관계 경색, 북한의 도발적 언사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반전' 카드로 대화 의지를 강조하며 여론을 급반전시킬 수도 있다.

정부는 3.1절 100주년 기념일이 지나고 김 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1~2일) 일정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북측에 '서울 답방' 의사를 타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 간 회담의 논의인 만큼 남북 개성 공동 연락사무소가 아니라 정보 당국을 통한 청와대-국무위원회 채널을 직접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한미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만큼 실제 김 위원장의 방남이 이뤄지는 시점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첫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 결렬 후 대화 의지를 담은 여러 가지 유화적인 언어로 기자회견을 했지만 결국 북한의 과도한 요구와 소극적 결심을 결렬 사유로 든 만큼, 북한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한이 대비 비난의 수위를 높일 경우 북미관계의 냉각으로 인해 중재자로서의 우리 정부의 행보도 느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