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너무나 달랐던' 김정은-트럼프, 각각의 입장은?

'너무나 달랐던' 김정은-트럼프, 각각의 입장은?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제재 해제, 영변폐기 등 회담 합의 조건 큰 인식차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8개월만에 만나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논의했지만 현격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내용과 합의문 도출이 불발에 그친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비핵화 원칙에서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입장을 고수했지만 북한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사용했다.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사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CVID' 입장에 대해 "협상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면 난처하다"고 했지만 "완전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저에게는 자명한 개념이다. 우리는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에 대해서 양측은 상이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에 따라 제재완화가 아닌 전면 해제를 원한다. 하지만 미국은 비핵화가 비가역적 단계까지 도달해야 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줘야지만 제재완화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금은 많은 국가가 제재에 연루돼 있다"며 "동맹국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은 안 하려고 한다"며 제재를 푸는 것은 미국 독단으로 결정하기 힘든 것이며, 제재완화는 동시적, 단계적으로 취할 수 있는 상응조치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히는 입장을 보였다.

'북핵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영변 핵시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이 대규모 시설인 것이 분명하지만 이것의 해체만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는 영변시설 폐기로 북한 비가역적 폐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영변 이외의 지역에 어느 규모 이상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 북한도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북한)은 우리가 원했던 한 지역에 대해선 (비핵화를) 하고 싶어하지 않아했다"며 "그들은 일부 지역을 우리에게 내줄 용의가 있었지만 우리가 원했던 곳들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미 간 합의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북한은 영변폐기만 제시했지만 미국은 농축 우라늄 시설뿐 아니라 다른 곳도 포함되길 원한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과 중요한 모든 범위의 것들(을 폐기하더라도), 여전히 미사일과 핵탄두와 무기시스템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핵을 일부 보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저희 비전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1년 전보다는 많이 가까워졌고 궁극적으로는 서로 합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이견을 보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 미사일, 핵탄두, 무기체계가 빠져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목록작성신고 등도 요구했지만 오늘 합의하지 못 했다"면서 핵·미사일 리스트에서도 북미간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