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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 연합훈련 중단, 비핵화 협상 끈 이어가길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양측이 협상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즉 미국 보수 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 "북한이 만약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는,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가질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부각시키지 않은 채 '생산적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보도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이 험로에 접어들었지만, 양측이 대화의 트랙에서 벗어나지 않은 점은 다행스럽다.

얼마간 걱정스러운 대목도 없지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하노이 회담 뒤 미·북 실무대화 재개 시점과 관련, "내 느낌으로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이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기대를 걸었던 대북제재 해제가 무산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위협이다. 이런 신경전이 장기화하면 남북은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가 공동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미·북 간 실무협상 채널부터 속히 재가동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머뭇거리다 연말 대선 국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한·미가 3일 매년 초 실시하던 2개의 연합훈련, 즉 키리졸브(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oal Eagle)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북에 협상 명분을 주기 위한 '결단'일 것이다.

이제 북이 화답할 차례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측은 노후화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로 대북제재 전부를 해제하려는 딜을 시도했다.
하지만 늙은 당나귀 고기를 비싼 값으로 팔려는 시도는 먹히지 않았다. 북측은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한 신고·검증을 허용하는 비핵화 로드맵 등 새 협상전략을 준비하기 바란다. 혹여 북한이 시간을 끌며 파키스탄과 같은 핵보유국이 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한낱 미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