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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억지로 내린 카드수수료, 결국은 시장 왜곡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갈등의 불똥이 대형가맹점으로 튀었다. 4일 현대·기아차는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5개사와 가맹점 계약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앞으로 1주일 유예기간 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10일부터 5개 카드사 회원들은 현대·기아차를 살 때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 자동차에 이어 통신사·백화점·대형마트·항공사들도 수수료 인상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억지로 끌어내린 풍선효과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현대차의 저항은 이해할 만하다.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은 전년비 47%나 떨어진 2조원대에 그쳤다. 올해도 전망은 썩 밝지 않다. 현대차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다 어렵다. 이런 판에 세금처럼 내는 카드 수수료율을 더 내라니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카드사들도 죽을 맛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최저임금 대책의 일환으로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크게 낮췄다. 금융당국은 중소가맹점에 돌아가는 혜택이 올해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카드사 입장에선 그만큼 손해다. 결국 카드사는 대기업 가맹점에 눈을 돌렸다. 지난 1월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가맹점 2만3000여곳에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다. 하지만 대형가맹점은 카드사에 쩔쩔매는 '을'이 아니다. 현대차 사례에서 보듯 가맹점을 탈퇴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추이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카드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본업인 가맹점사업에선 적자다. 이를 메우려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카드론 잔액은 최근 3년간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 고금리 대출은 수지맞는 장사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에서 보듯 카드론·현금서비스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작년 11월 정부가 수수료율을 내리자 자영업자들은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지금 와서 이 정책을 뒤집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 금융당국은 인위적인 수수료율 왜곡이 어떤 부작용으로 번질지 세밀히 살펴가며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