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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르노삼성 노사, 일단 회사부터 살려라

9월 물량 확보가 급선무
갈등은 그뒤 재논의하길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노사 모두 회사를 살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노사는 지난 8일 임금단체협상에 실패했고, 노조는 11일 또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2018년 임단협 교섭은 지난해 6월에 시작됐다. 벌써 9개월째다. 훌쩍 해를 넘겼다. 자칫 작년 임단협 교섭과 올해 임단협 교섭 기간이 겹칠 판이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노사는 온갖 핑계를 대가며 협상 결렬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금이 남 탓할 때인가.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해 노사가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닥쳤다.

노조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원래 르노삼성자동차는 노사 평화의 모델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해 강성 박종규 위원장이 취임한 뒤 민노총의 지원 아래 장기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은 일본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수탁생산한다. 전체 생산량 가운데 절반이 로그 물량이다. 이 수탁생산 계약이 올 9월에 끝난다. 서둘러 노사 갈등을 풀지 못하면 로그 물량을 새로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땐 노조가 땅을 치고 후회해도 늦다.

경영진도 비판의 대상이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지난 3년간(2015~2017년) 이익의 큰 몫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2016년엔 당기순이익 (약 3100억원) 전부를 배당했다. 주주의 당연한 권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다. 게다가 르노삼성은 상대적으로 동종업체에 비해 임금이 낮은 편이고, 노동강도는 세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런 문제를 앞장서서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네 탓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르노삼성은 매출액 기준 부산 최대 기업이다. 부산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수백개 납품업체들은 잦은 파업에 죽을 맛이다. 오죽하면 오거돈 부산시장이 1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르노삼성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을까.

어느 회사도 9개월 장기분규를 견디기 힘들다. 더군다나 국내 자동차산업은 생존이 걸린 격변기에 처해 있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 공장 일부를 가동 중단하는 카드를 검토 중이다. 이런 마당에 장기파업은 곧 자해나 마찬가지다. 과거 쌍용차를 보라. 강경투쟁은 회사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망쳤다.
2월 국내 자동차 판매순위는 현대-기아-쌍용-한국지엠에 이어 르노삼성이 꼴찌다. 르노삼성 노사는 일단 갈등을 접고 9월 로그 물량 확보에 집중하기 바란다.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할 게 아닌가. 갈등 해소는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