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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또 멈춘 르노삼성, 부산이 흔들린다

168시간째 부분파업 들어간 부산공장
임단협 집중교섭 결국 불발..신차 배정 '마지노선' 넘겨
수출 20% 맡은 기업이 흔들
지역민들 "GM처럼 문닫나"..오거돈 시장은 "비상사태"

【 부산=노주섭 기자】 11일 오전 11시 부산 강서구 신호동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혼류 생산라인이 일제히 멈춰섰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노사가 지난 8일 장기간 끌어온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집중 교섭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날 밤 12시를 넘기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되면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노조는 협상결렬 이후 잠시 주춤했던 부분파업을 11일 주간조·야간조 각각 4시간씩 이달 들어 처음으로, 다시 돌입해 결국 부산 경제계가 우려했던 '파국의 검은 그림자'로 치닫는 분위기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 정문 앞 집회는 갖지 않았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지난해 생산된 차량 21만5600대 가운데 전체 13만7000대가 북미로 수출되는 닛산 로그 등의 수출물량이었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차 노사는 오는 9월로 끝나는 닛산 로그 수출물량 후속차량을 배정받기 위해 지난 8일 르노그룹에서 통보한 마지노선을 넘기지 않기 위해 집중교섭을 벌이고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현재 부산지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책임지고 있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직접고용 규모가 4300명에 달한다. 부산지역 제조업 매출 1위기업으로 부산·경남 협력업체 직원수도 1만2000명에 달해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결국 종업원 구조조정이나 폐업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어 최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부산에 몇 안되는 대기업 가운데 한진중공업에 이어 제조업 매출 1위기업 르노삼성자동차마저 위기에 봉착하자 대규모 실업사태를 우려하는 지역 경제계와 시민들이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적극 나서 있는 일자리라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1일 오후 협력업체들과 부산시민의 바람에도 르노삼성차 노사의 집중협상기간이 소득 없이 불발된 것에 대해 조속 타결을 촉구하는 부산상공계 성명서를 또다시 발표했다.

지난해 내수판매량이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해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르노삼성차의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신규 수출물량마저 정상적으로 배정받지 못해 기업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차 집중협상기간에 사측이 보상금 증액, 인력 충원, 중식시간 연장 등 근무강도 개선안과 더불어 배치 전환절차 개선안까지 포함한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조속 타결을 위해 한걸음 물러선 것으로 노조도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협력업체들의 어려움과 부산시민의 간절한 요청에 호응해줄 것을 당부했다. 오거돈 시장도 이날 시청에서 열린 주간업무보고회의에서 르노삼성사태 해결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이날 "완전히 비상"이라고 운을 뗀 오 시장은 "르노삼성 임단협이 타결되지 못하면 GM사태가 부산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총 168시간(44차례) 부분파업을 진행 중인 상태다. 이로 인한 손실금액은 총 18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roh12340@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