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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노인으로 채운 일자리 공백, 지속가능한가

취업자 늘어도 질은 나빠져..기업 주도형으로 전환해야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대를 회복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9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6만3000명 늘었다. 지난해 1월(33만4000명)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다.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해 2월 10만4000명으로 줄어든 이후 줄곧 3000~16만5000명 사이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고용량이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2월 고용통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이 39만7000명이나 늘어난 점이다. 인구 고령화로 고령자 취업이 늘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이 점을 감안해도 증가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통계청은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에 지원한 사람들이 보건·복지·공공행정 등의 분야에서 한꺼번에 취업자로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지난달 취업자가 23만7000명이나 늘었다.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과 금융보험업은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제조업에서 15만1000개, 금융보험업에서 3만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제조업은 지난 1월에도 취업자가 17만명이나 줄었다. 서비스업이 취약한 상황에서 제조업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 고용의 지속적인 감소는 심각하다. 30대와 40대 취업자도 각각 11만5000명과 12만8000명 감소했다. 실업자도 130만3000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3만8000명 늘었다.

이를 종합하면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허접한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44만3000명 감소하고,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75만1000명이나 늘어난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고용의 질 악화는 정부 책임이 크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긴 일자리 공백을 노인일자리 사업 등으로 채운 결과다.

문재인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2년간 일자리 예산으로 54조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도 23조원을 쓸 계획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산이 끊기면 그날로 사라진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 투자가 늘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정부 주도형 일자리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 일자리 정부 약속이 헛말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주도형 정책으로 전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