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작년 건보 적자, 이러다 펑크나면 어쩌려나

지난해 건강보험 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들어온 보험료는 62조1159억원인데 나간 보험금은 62조2937억원이다. 1778억원 적자다. 당기수지 적자전환은 7년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한 '문재인케어'의 여파다. 다행히 누적수지는 아직 흑자다. 작년 말 기준 20조5955억원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지금 추세로 가면 건보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 건보의 재정건전성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이 명성을 이어가려면 크게 한번 손을 볼 때가 됐다.

문재인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장률을 높이면 재정에 구멍이 난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문 정부는 임기 안에 보장률을 70%로 높이는 게 목표다. 그래서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1조원 넘는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예산은 곧 세금이다. 또 예산으로 건보 적자를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정부는 2단계 건보 개편 로드맵을 밟고 있다. 올해 시작된 2단계는 2022년에 완료된다. 이 개편안은 박근혜정부 말기인 2017년 3월에 국회를 통과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낮추고, 고소득자의 부담을 높이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건보 재정엔 오히려 마이너스다. 말이 개편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미봉책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담배에 이어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물리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꼼수증세, 서민증세다. 박근혜정부가 담뱃세를 올린 것과 뭐가 다른가. 국가의 미래를 염려하는 정부, 용기 있는 정치인이라면 꼼수가 아닌 정공법을 펴야 한다. 다시 말해 건강보험료에 손을 대야 한다. 문재인케어엔 돈이 많이 든다. 더 많은 복지를 누리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이 점을 국민을 상대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복지가 공짜인 양 세금으로 생색을 내기 일쑤다. 그 결과 박근혜정부에서 건보개혁은 겉핥기에 그쳤다. 문재인정부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