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외국인 범죄, 단속보다 예방
대림·가리봉·이태원 등 외사구역
폐쇄회로·경고조명 설치 등 통해 범죄예방 환경설계 '셉테드' 추진
마약 밀수·보이스피싱 등 연루..국제범죄 대응 위한 인력도 증원
시흥경찰서 소속 경찰관들과 지역주민들로 이뤄진 자율방범대원들이 함께 경기 시흥시 정왕동 외사 안전구역 특별순찰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외국인 피의자가 감소하는 등 관련 범죄 발생이 안정세에 들어섰으나,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경찰은 외국인 밀집지역의 폐쇄회로(CC)TV, 로고젝터 설치 등의 환경 개선을 통해 범죄 예방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또 새로운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야쿠자·삼합회 등 국제범죄조직원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관련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외사 수사가 체류 외국인의 범죄 억제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국제범죄조직의 입국 등으로 파생되는 범죄에 대한 사전 차단에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환경개선, 밀집지역 범죄 예방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오는 10월까지 외국인이 밀집해 있는 전국의 외사 안전구역에서 범죄예방 환경설계(셉테드)를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지역 환경을 범죄예방에 적합한 구조로 설계, 범죄자의 범죄기회를 차단해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종합적 범죄예방 전략이다.
경찰은 등록 외국인 수, 외국인 피의자 수, 외국인 상권·유흥가 형성여부 등을 고려해 '외사 안전구역'을 설정하고 관리해 왔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서울 대림, 가리봉, 이태원 등 전국 19개소가 지정돼 있다.
지난 2015년부터 경찰은 경기 안산시 원곡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 CCTV·다국어 로고젝터를 통해 범죄를 경고하는 등 환경 개선을 진행해 왔다. 올해에는 규모를 대폭 늘려 외사 안전구역에 대한 범죄 취약지점을 진단한 뒤, 오는 5월께부터 CCTV·다국어 로고젝터·비상벨 등 맞춤형 시설물을 설치해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밀집지역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특화시킨 전략"이라며 "지역주민·자치단체·전문가 등이 함께 공동체 치안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늘려 야쿠자·삼합회 대응"
체류 외국인의 인식 변화, 범죄예방 노력 등으로 관련 범죄는 줄고 있으나, 최근에는 국제범죄조직이 국내에 유입되는 사례가 늘어나며 경찰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 입·출국부터 마약조직과 연계된 밀수, 보이스피싱·인터넷 도박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치안에 새로운 위협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수년 간 국내에서 야쿠자·삼합회 등 국제범죄조직원의 범행이 발견돼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일본 야쿠자 조직은 태국에서 22㎏에 달하는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을 시도, 조직원과 국내 유통책 등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일본 경찰 등과 국제공조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에는 제주도에 콜센터를 설치하고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인 대만인 조직원 60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국제범죄조직 대응 및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한정된 인력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국제범죄 대응을 위한 범죄정보 수집·담당 인력은 경찰청 내 1명 등 전국적으로 26명에 불과하다. 경찰은 올해 이 인력을 39명까지 늘리고자 행정안전부에 소요정원안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종합적인 국제범죄를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여건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국제범죄조직 유입을 차단하는 범 정부적 대책을 마련하고, 전략적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나 조직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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