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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수사…마약 '제동'·불법영상 '본궤도'·유착 '가속'

버닝썬 수사…마약 '제동'·불법영상 '본궤도'·유착 '가속'
클럽 '버닝썬'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 이문호 버닝썬 대표가 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3.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문호 영장기각에 "재신청 검토"…정준영 내일 심사
'경찰총장' 총경 강제수사…해외주재 경찰 부인 조사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서울 강남 소재 클럽 '버닝썬'의 조직적 마약 유통과 상습 투약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돌연 난관에 부딪쳤다. 법원이 마약 유통 의혹의 키를 쥐고 있는 버닝썬 이문호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한 뒤 "마약류 투약·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는 물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한 정밀감식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고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전환됐음에도, 이조차도 "다퉈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법원은 이씨가 이처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마약 혐의에 대해 진술한 관련자들이 대부분 구속되어 있어 이씨와 접촉하기 어렵고,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다수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신병을 구속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씨가 초범인데다 '경찰 유착 의혹' 사건의 직접 관련자도 아니라는 점 또한 영장 기각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씨는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출입 사건' 당시 클럽측이 경찰에 뇌물을 공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한차례 경찰에 출석했으나, 아직 관련 혐의로 입건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기관으로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양새다. 경찰 관계자는 "전열을 다시 갖추어 수사에 임한 뒤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일 현재까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마약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는 모두 40명이다. 이중 버닝썬 내부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를 받는 이들은 14명이며 이중 3명만이 구속됐다.

경찰은 버닝썬에서 VIP 고객을 상대로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20대 중국인 여성 바모씨(일명 '애나')에 대해서도 조만간 신병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주요 피의자를 비롯한 '몸통'이 드러나지 않거나, 혹은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이던 '불법촬영 의혹'과 '유착 의혹' 관련 수사는 점차 가속이 붙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버닝썬과 경찰 사이의 '브로커' 의혹을 받는 전직 경찰관 강모씨를 구속했다. 강씨는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출입 사건 수사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씨와 경찰 사이에 다리를 놓는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버닝썬 클럽 직원 최모씨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씨가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 과장 A씨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해당 사건을 무마하겠다고 이야기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강씨가 현직 경찰드로가 다수 접촉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와 별개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과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씨 등이 참여한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된 윤 모 총경을 특정해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또한 윤 총경과 유씨 부부 등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진 윤 총경의 부인 김모 경정에 대해서는 이메일 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조기 귀국해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불법촬영 의혹과 관련해서는 가수 정준영(30)과 아레나 전 직원 김모씨 등 총 2명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오는 20일 중 결정된다. 정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은 2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