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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시원의 추억

[기자수첩] 고시원의 추억

2003년 서울 신림동의 'ㅅ' 고시원. 방문을 열자마자 2평(약 6.6㎡)이 채 안되는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면에는 작은 붙박이 책상과 의자가, 오른쪽 벽에는 몸을 일자로 쭉 펴면 여유 없이 딱 맞을 만한 침대가 붙어 있었다.

"한달에 얼마죠?" "창 없는 방은 20만원, 창 있는 방은 23만원입니다. 보증금은 없고요, 밥이랑 김치 무료 제공됩니다." 좀 더 넓은 신식 고시텔이 28만원, 여기보다 2~3배 큰 방에 개인 화장실이 딸려있는 원룸이 30만원대 중반에서 50만원이었다. "잠만 잘 건데…창 없는 방으로 할게요." 그 방에서 세 달을 지내고 창 있는 방으로 옮겨 반 년을 더 지냈다.

서울시가 이번주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마련한 대책이다.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지원, 노후고시원 리모델링 사업 계획과 함께 고시원 방 실면적을 7㎡(화장실 포함 시 10㎡) 이상으로 하고 방마다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시원의 열악한 거주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안전을 확보하며 주거인권을 확립한다는 선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책 실행 이후 고시원 임대료 상승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시가 2009년 개원한 노후 고시원 5개소를 실태조사한 결과 고시원 방의 실면적이 3~9㎡(약 1~3평), 3.3㎡(1평)당 임대료는 15만~20만원이었다. 창이 없는 방의 비율은 최고 74%에 달했다. 실면적을 7㎡로 넓히고, 창을 내고, 복도 폭을 넓힐 경우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하다.

사단법인 한국고시원협회 관계자는 "서울 고시원 기준으로 7㎡ 이상 방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며 임대료 상승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서울형 주택 바우처' 대상에 고시원 거주자를 새로 포함시켜 중위 소득액 45~60% 이하 1만가구에 1인당 5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임대료 상승분을 상쇄하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몇 만원이 아쉬워 고시원 생활을 이어가는 대학생이나 고시생은 주거비 부담 상승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탁상공론'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