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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비혼시대

결혼에 대한 현대인들의 생각을 세 개의 등식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등식은 '결혼=사랑'이다. 예로부터 결혼은 성인 남녀가 믿음과 사랑으로 만나 가정을 이루는 성스러운 결합으로 인식됐다.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등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두 번째 등식은 '결혼=구속'이다. 이들에게 결혼의 행복 유효기간은 결혼식 당일과 신혼여행 기간을 합쳐 1주일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그날부터 아내는 고달프다. 남편, 시댁, 직장 사이에서 끊임없이 쳇바퀴를 돌아야 한다. 결혼이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 결혼을 최대한 늦추되 가능하면 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2018년 기준)에 따르면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 비율이 각각 미혼남성은 58.8%, 미혼여성은 45.3%에 불과했다. 남녀를 합쳐 결혼할 생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거의 반반이다. 결혼을 하더라도 늘그막에 갈라서는 노부부들도 많다. 지난해 총 이혼건수(10만8700건) 중 33.4%(3만6300건)가 황혼이혼이었다. 게다가 요즘엔 졸혼하는 부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좀 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결혼의 세 번째 등식은 '결혼=억압'이다. 이들은 결혼을 착취의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의 가치와 필요성을 부정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여성이 많지만 남성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스스로를 비혼주의자라고 부른다.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해지고 있다. 아직도 전통적 결혼관을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숫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그 대신 전통적 가치관과는 어긋나는 새로운 결혼관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내용이 가정파괴적이어서 걱정이다. 미혼이란 말보다 비혼이란 말이 더 많이 들리는 시대가 됐다. 편의성만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결혼의 참뜻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 씁쓸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