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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이영보 농촌진흥청 박사 "‘꿀벌 킬러’ 등검은말벌 퇴치연구에 사활"

양봉산업 죽이는 등검은말벌 3년간 방제 시범사업 벌이며 10만여 봉군 억제효과 거둬

[fn 이사람] 이영보 농촌진흥청 박사 "‘꿀벌 킬러’ 등검은말벌 퇴치연구에 사활"


"'등검은말벌' 방제사업으로 피해가 줄었다며 고맙다고 하시는 양봉농가 노부부의 말에 눈물이 날 뻔한 적이 있어요. 향후 경보시스템, 드론 등을 활용한 방제법을 개발해 양봉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농촌진흥청 이영보 박사(사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거미박사'로 통한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거미학을 전공한 것을 시작으로 그가 거미 등 곤충 생태계를 연구한 기간만 27년에 달한다.

이 박사가 등검은말벌 방제에 팔을 걷어붙이게 된 것은 양봉농가의 피해 때문이었다. 지난 2003년 부산 영도구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등검은말벌은 '꿀벌 킬러'로 불릴 만큼 꿀벌을 주요 먹이로 한다. 중국에서 온 무역선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진청은 꿀벌 봉군 감소, 말벌 방제비용 등으로 양봉산업 경제적 피해 추정액만 약 175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등검은말벌은 가슴등판 전체가 검은색이며 복부등판 첫째 마디 가장자리와 6개 다리가 선명한 노란색을 띤다. 크기는 22~25㎜로, 장수말벌(27~37㎜)보다 조금 작지만 번식력은 장수말벌의 10배에 달할 만큼 뛰어나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이 박사는 "과거에는 말벌류의 집합페로몬을 이용한 끈끈이, 유인트랩, 파리채 등을 이용해 주로 방제했다"면서 "더 효과적 방제를 위해 특허 개발한 유인액이 포함된 포획기를 보급했지만 제조상 결함으로 포획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에 여러 차례 현장방문, 개발업체와 협의회 등을 거쳐 결점을 보완했다. 35도가 넘는 무더위에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벌에 쏘여 입술이 퉁퉁 붓기도 했다.

이 박사는 "연구 끝에 특수첨가제가 함유된 봄철용 및 가을철용 유인액 등을 사용해 등검은말벌의 생태특성에 따른 최적화된 유인키트를 제조, 검은말벌 포획능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3년간 방제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에서 등검은말벌 여왕벌 10만5000여마리, 일벌 151만3000여마리를 포획해 10만여봉군 억제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처음부터 양봉농가들의 환영을 받진 않았다.
상당수 양봉농가들이 생소한 방제기술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사업 초기 유인액 제조와 설치에 따른 불편함, 초기 보급된 유인키트의 구조적 일부 결함에 불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범사업 후에는 지난 3년간 1147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78.3%가 만족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방제사업이 지난해까지 3년간 일몰사업으로 시행된 데다 시범사업 대상 사업장도 28곳에 한정돼 있어 시범대상 농가 대상자나 지역이 아니면 등검은말벌 피해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농가들이 있었다"며 "더 효율적 방제를 위해 등검은말벌의 생태특성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다양한 방제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