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 회장(사진)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자격으로 청와대 공식 행사에 초청받았다. 최근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 4연임 이후 대미 통상외교와 한·일 관계 회복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초청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2년 넘게 지속된 '전경련 패싱(배제)' 해소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리는 필리프 벨기에 국왕 환영만찬에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허 회장이 전경련 수장 자격으로 청와대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에서 벨기에 국왕 방한을 앞두고 공식 환영만찬에 경제계 대표로 허 회장의 참석을 전경련에 요청했다"며 "허 회장이 여러 일정을 취소하고 만찬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국왕 환영만찬에는 허 회장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경제단체장이 초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은 지난 1월 15일 청와대 초청으로 열린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의 대화에도 참석했지만 당시는 GS그룹 대표 자격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현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아온 전경련으로서는 이번 만찬 초청이 정부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청와대 초청을 두고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청와대 초청은 27일 전경련 주최로 열리는 한·벨기에 비즈니스포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로서는 벨기에 국왕이 참석하는 행사를 주최하는 경제단체를 굳이 초청대상에서 제외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현 정부의 전경련 패싱 논란도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으론 최근 마땅한 후보가 없어 전경련 회장직 4연임을 수락한 허 회장이 굵직한 대외 경제외교에 나서는 것도 청와대와 거리 좁히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 회장은 4연임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지난 5일 미국 의회에 롭 포트먼 상원의원이 발의한 '무역안보법(안) 2019'를 지지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무역안보법 2019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의 무분별한 확대를 제한하는 법률안이다. 한국산 자동차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전경련의 측면지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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