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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수출 넉달째 마이너스, 손 놓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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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넉달째 줄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2% 적은 471억달러에 그쳤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지역별로는 중국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이 줄면 경제 전체가 쪼그라든다. 가뜩이나 낮은 성장률을 더 끌어내릴 수도 있다.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물론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주요국 수출이 다 나쁜데 우리만 좋기는 힘들다. 2월 통계를 보면 중국(-20.7%), 영국(-8.4%), 일본(-6.8%), 독일(-5%)도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그 배경에는 몇달째 이어지는 미·중 무역마찰이 있다. 먼저 G2(미국·중국) 갈등이 풀려야 비로소 세계 무역에도 볕이 든다. 이 마당에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심한 가격조정을 겪고 있다. 지난주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1·4분기 실적쇼크를 예고했을 정도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행은 25%, 반도체는 20%가량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우리가 중국과 반도체에만 의존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지금이 탈중국, 탈반도체 전략에 속도를 붙일 기회다. 문재인정부가 수출지역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신남방정책을 펴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중국이 부진하면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면 된다.

포스트 반도체 전략은 여태껏 말만 무성할 뿐 이렇다 할 열매를 맺지 못했다. 바이오, 보건의료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집중적으로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규제완화가 필수다. 정부는 멍석만 깔아주면 된다. 어느 나라에 어떤 품목을 수출할지는 기업에 맡기면 된다.

과거 가뭄이 들면 언제 비가 내릴까 하늘만 쳐다보던 때가 있었다. 지금 한국 수출은 반도체·중국만 바라보는 천수답 구조다.
올 하반기에 반도체 값이 다시 오르면 산업구조 개편 논의가 또 쏙 들어갈까 걱정이다. 가뭄을 이기려면 지하수를 깊이 파고 여기저기 저수지를 세워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행동에 착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