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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대통령 앞에서 울어버린 청년 대표

청와대 행사에 참석한 청년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울먹였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1일 "정권은 바뀌었는데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몇 차례 울먹이던 그는 "(대통령이) 좀 챙겨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시민단체 대표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다.

엄 대표의 눈물 앞에서 문 대통령을 포함한 기성세대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지금 한국을 이끌어가는 50, 60대는 고도성장 시대를 살았다. 학교를 졸업하면 일자리가 넘쳤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상황이 역전됐다.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2007년 '88만원 세대'를 썼다. 지금 청년층은 그때보다 더 어렵다.

청년이 겪는 고통은 숫자로 나타난다. 지난 2월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은 24.4%로 전년 동월에 비해 1.6%포인트 높아졌다. 청년 열 명 중 네 명 꼴로 실업자란 뜻이다. 대학을 나와도 번듯한 일자리가 없다. 그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세웠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기대도 컸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바꾸고,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대폭 올렸다. 둘 다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다. 그 통에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아예 울타리 밖으로 밀려났다. 좀 거칠게 말하면 소득주도성장은 일자리 기득권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물론 일자리의 질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 자체가 없는 실업자들에겐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모름지기 '일자리 대통령'이라면 일자리의 양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 공공 알바가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규제를 풀어서 국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엄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챙겨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일자리 상황판부터 다시 챙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