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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도체 부진, 비메모리·바이오로 넘을 수 있다

예상대로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하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1·4분기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0% 줄었고, 역대 최고이던 작년 3·4분기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지난달에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이례적으로 "1·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예고했다. 6조원대 초반 영업이익은 시장에서 조정된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규모다.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는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은 비메모리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위 달성이라는 로드맵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이다. 하지만 비메모리, 곧 시스템 반도체는 취약하다. 미국 인텔이 주도하는 비메모리는 메모리보다 시장이 더 크다. 삼성전자는 대학에 반도체 학부를 두고 비메모리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학협력의 모범사례로 기대가 크다.

정부는 산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지금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먹여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하면 덩달아 수출도 부진하다. 투자든 경제든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쏠림 방지책으로 바이오 의약품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세계 의약품 시장은 1조3000억달러(약 1480조원), 이 가운데 바이오는 2900억달러(약 33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메모리·비메모리 시장을 훌쩍 웃도는 규모다. 고령화 추세에 맞춰 세계 의약품 시장은 급성장세를 탔다. 바로 이 시장에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팜 같은 한국 기업들이 도전장을 냈다. 정부는 그저 낡은 법령 등 규제 장벽을 치우기만 하면 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 하반기부터 오름세가 예상된다.
그 덕에 삼성전자 실적이 일시 좋아진다고 사업구조 개편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비메모리와 바이오는 한국 경제를 새롭게 충전할 기회다.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 악화가 '숨겨진 축복'이 될지 말지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