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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현대車 팰리세이드 증산, 씁쓸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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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증산에 합의했다. 생산량을 40%가량 늘려 월 6240대 수준이던 출고 대수를 8640대까지 끌어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간 총생산량이 당초 2만5000대에서 9만6000대로 4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현대차는 밀려드는 주문을 차질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첫선을 보인 팰리세이드는 출시 3개월 만에 5만대 계약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차종이다. 그러나 그간 노조가 증산에 반대하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어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노조가 사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신속한 증산 결정을 방해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당초 노조는 근로 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팰리세이드 생산 확대에 반대했다. 회사가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 노조의 논리였다. 설사 수요 예측이 빗나갔더라도 인기 차종에 대한 생산을 늘려야 회사도 발전하고 노조에 돌아오는 혜택도 많아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현대차와 경쟁하는 미국이나 일본, 독일의 자동차업체들은 노조 동의 없이도 최고경영자가 신속하게 증산을 결정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장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부문에서 5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실상 창사 이래 처음 기록한 적자였다. 바깥 사정도 썩 좋지는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47.05%, 63.82% 하락하는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카마겟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노사가 이 거대한 파도를 함께 넘어도 모자랄 판에 노조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차제에 탄력근로제에 대한 논의도 확대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란 일감이 많을 때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하는 대신 일감이 적을 땐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이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산업현장의 고충을 고려할 때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 문제를 하루빨리 풀면 이번에 논란이 된 증산 문제도 좀 더 이른 시기에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