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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교 무상교육, 연 2조원 마련할 수 있나

내년 총선 앞두고 서둘러
정부와 교육청 갈등 잠복

고교 무상교육이 올 2학기부터 실시된다. 2019년 고3, 2020년 고2, 2021년 고1까지 넓히는 로드맵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9일 관련 협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적어도 공교육만큼은 같은 출발선에 서는 게 옳다. 문제는 타이밍과 재원이다.

먼저 타이밍을 보자. 대선 때 문 대통령은 2020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해 2022년에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가을 취임할 때 이 시간표를 불쑥 1년 앞당겼다. 유 부총리는 정치인 출신이다. 정치 문외한이라도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교 무상교육 일정을 총선에 맞추다 보니 지나치게 서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재원이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한해 2조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돈을 국가(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내기로 했다. 원래 교육감들은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고교 무상교육은 국가가 책임지고 예산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9일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해 과감한 예산 지원에 합의해준 시도교육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교육감들은 진보성향이다. 적어도 겉으론 이들이 한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갈등의 불씨가 다 꺼진 것은 아니다. 지금은 법에 따라 내국세의 20.46%를 전국 교육청에 내려보낸다. 교육청으로선 이 비율을 높이는 게 가장 확실한 재원 조달 방안이다. 하지만 나라살림을 책임진 기획재정부가 반대한다. 관련 법 개정에 야당이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당·정은 이 비율은 그냥 두되 교부금만 증액해서 교육청에 주기로 했다. 하지만 증액이 교육청이 원하는 수준만큼 착착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 제2의 누리과정 사태를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근본적인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복지는 공짜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수혜자 부담 원칙은 입도 벙긋 안 한다. 그러면서 마치 재정이 화수분인 양 퍼주기만 한다.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고교생 한 명당 약 16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절감이 아니다. 이 돈은 결국 학생 부모, 곧 납세자 호주머니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