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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게놈지도 첫 완성...노화방지 연구까지 기대

UNIST게놈산업기술센터(KOGIC),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노무라입깃해파리 게놈지도 완성
해파리 다량번식 예방과 자포동물 연구에 중요 자료

해파리 게놈지도 첫 완성...노화방지 연구까지 기대
[연구그림] 해파리 생식단계_해파리 종류는 여러 단계 변태를 거쳐 성체가 된다 /사진=UNIST

【울산=최수상 기자】 여름철 해안가를 위협하는 독성 해파리 '노무라입깃해파리(Nemopilema nomurai)'의 게놈지도가 완성됐다.

완성된 해파리 게놈지도는 해파리 대량번식 예방 및 독성분 정보 분석에다 노화방지 연구까지 가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는 공식 게놈센터인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함께 노무라입깃해파리를 구성하는 유전자 전체의 서열과 위치를 밝힌 게놈지도를 완성했다고 10일 밝혔다.

공동 연구진은 이 자료를 통해 해파리가 자유롭게 수영하며 먹이를 사냥하게 된 진화적 특징을 밝혀냈다.

해파리의 일종인 말레이해파리의 전사체(RNA)를 해독·조립하는 추가 연구로 해파리의 조직·생식단계별 유전자의 발현 특징도 찾아냈다.

이같은 내용은 해파리의 대량 번식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해파리는 산호와 말미잘, 히드라와 같은 자포동물(Cnidaria·독주머니를 가진 동물) 중 하나다.

자포동물 대부분은 어딘가에 붙어살지만 해파리는 유영하며 옮겨 다니는 활동적인 동물로 급격한 해양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특징이 있다.

박종화 KOGIC 센터장은 "자포동물은 사람과 초파리, 제브라피시같은 좌우대칭동물과 공통조상을 공유하고 있어 진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자포동물 중 가장 활동적인 해파리의 경우 그동안 게놈 분석이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노무라입깃해파리 게놈지도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최대 길이 2m·무게 200㎏에 달하는 초대형 해파리다.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독성이 강해 어업이나 해수욕장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해파리 게놈지도 첫 완성...노화방지 연구까지 기대
노무라입깃해파리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2000년 이후 매년 개체수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천적 감소 등이 꼽히고 있다.

이에 대량 번식을 막고 독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도 추진되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됐다.

염승식 KIOST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해파리의 경우 '폴립(Polyp)'이라는 부착유생 1마리가 변태와 성장과정을 거쳐 5000마리로 증식하고 있어 폴립 제거가 대량 번식을 막는 근본대책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연구로 폴립 변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물질 관련 유전자가 발견돼 향후 해파리 대량 번식 예방 연구의 기반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진은 노무라입깃해파리 독액의 단백질 유전자 정보도 확보했다.

해파리는 촉수를 사용해 먹이를 잡을 때 독을 사용하는데 이번에 분석한 해파리 게놈에는 독과 관련해 개수가 늘어난 특정 단백질 도메인(Protein domain)이 확인됐다.

포식동물로서 해파리의 진화적 특징도 파악됐다.

연구진은 노무라입깃해파리 게놈지도를 조립해 자포동물 4종과 좌우대칭동물 4종, 후생동물 3종, 편모충류 1종의 게놈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해파리는 다른 자포동물보다 분자 수준의 삼투압 제어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파리가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수직이나 수평으로 이동할 때 바닷물의 농도가 달라도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파리는 근육 수축과 관련된 유전자 개수도 다른 자포동물보다 많았다.

해당 유전자들의 발현은 해파리 운동에 필수적인 메두사머리 부분에서 더 높았다.

해파리 게놈지도 첫 완성...노화방지 연구까지 기대
김학민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 연구원(왼쪽)과 박종화 KOGIC센터장 /사진=UNIST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김학민 KOGIC 연구원은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게놈지도는 메두사머리와 촉수라는 '구조', 삼투압 적응과 독을 쏘는 '화학적 능력', 제트 추진을 위한 근육운동이라는 '운동 기능' 등 유전적 특성이 표현형(생명체의 관찰 가능한 특징적인 모습이나 성질)에도 그대로 남아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유전형-표현형 결합의 흥미로운 사례로 포식동물로서 해파리의 진화적 특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자포동물을 연구하는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화 KOGIC 센터장은 "일부 해파리 종은 수명이 무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노화를 되돌리는 '극노화'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해온 고래, 호랑이 등의 표준 게놈자료와 함께 극노화를 위한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Biology'에 공개됐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