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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헌재 "낙태죄는 위헌", 성급한 결정 아쉽다

헌법재판소가 11일 형법상 낙태죄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모두 9명의 재판관 가운데 7명이 위헌 편에 섰다. 지난 2012년 헌재는 유사한 사안에 대해 4대 4(1명은 공석)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불과 7년 만에 형법상 낙태죄가 합헌에서 위헌으로 바뀐 셈이다. 다만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향후 20개월 말미를 준 셈이다. 이때까지 국회가 법을 바꾸지 못하면 형법 269조와 270조는 자동폐기된다.

헌재 결정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 과거 합헌이 현재는 위헌으로 바뀌기도 한다. 간통죄가 좋은 예다. 헌재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1990년·2001년·2008년 세차례에 걸쳐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 결정은 2015년 위헌으로 바뀌었다. 낙태죄는 오랜 논란 끝에 폐지된 간통죄의 선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죄가 위헌으로 바뀌는 과정이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간통죄는 합헌에서 위헌으로 바뀌는 데 25년이 걸렸다. 반면 낙태죄는 불과 7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했다. 당시 헌재는 "태아는 모체와 별개의 생명체로 생명권의 주체이고,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도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2019년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초점을 맞췄다.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낙태는 생명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낙태를 두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진지한 공론화 절차를 밟기도 전에 헌재가 서둘러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지 못내 아쉽다.

이제 헌재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낙태죄 폐지가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7년 전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만연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지금도 유효하다. 차제에 자연스럽게 낙태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미혼모에 대한 국가적 지원 확대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