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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산으로 가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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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카드사 쥐어짜자 이번엔 노조가 거센 반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산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카드사를 쥐어짰다. 그러자 카드업계는 "우리에게도 살길을 찾아달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특히 카드사 노조는 정부를 향해 "대형가맹점 수수료에 하한선을 정해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관치로 자영업자 수수료를 내렸으니 이번엔 관치로 대형업자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시장 왜곡이 낳은 비극이다.

원죄는 정부에 있다.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을 2년에 걸쳐 30%가량 올렸다. 자영업자들이 불만을 쏟아내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보완책으로 카드 수수료를 내렸다. 연 매출 500억원을 밑도는 가맹점에 다 혜택을 줬다. 그 효과는 연간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들은 '카드수수료 인하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환영했다.

그 불똥이 몽땅 카드업계로 튀었다. 카드사들은 첫 돌파구를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서 찾으려 했다. 그래서 연초 자동차·통신·대형마트 등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 그러나 대형업체들은 을이 아니라 갑이다.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두 손 들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정부의 측면 지원을 기대했으나 금융위는 구경만 했을 뿐이다.

카드사들은 두번째 돌파구를 금융위의 '카드사 경쟁력 강화방안'(9일)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속 빈 강정'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현재 6배로 묶인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배율을 더 높여달라고 요청했으나 금융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는 부가서비스도 더 줄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금융위는 이 역시 허용하지 않았다.

카드사 노조는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5월 말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위가 손실보전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카드사 직원들은 수익저하에 따른 감원을 우려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건 정부다. 수수료에 정치를 입히는 바람에 시장이 덜컹대고 있다. 자영업자 지원은 정부 예산으로 하는 게 정석이다. 민간기업의 팔을 비틀면 이번 사례에서 보듯 사달이 나게 돼 있다.
일자리를 걱정하는 노조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대형가맹점 수수료에 하한선을 요구하는 것 역시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 관치에 관치를 더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시장질서를 바로잡지 않는 한 카드수수료 갈등은 배배 꼬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