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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아시아나항공 매각, 항공산업 경쟁력 지켜야

민항 1·2위가 동시에 고전.. 한진해운을 반면교사 삼길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고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3.47%)다. 앞서 지난주에 그룹이 채권단에 낸 자구안은 퇴짜를 맞았다.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더 많은 희생을 요구했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관철시켰다.

지난 10여년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힘든 길을 걸어왔다. 금융위기 직전에 대형 부실업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 결정적 패착으로 꼽힌다. 그 바람에 그룹까지 휘청댔다. 자금난에 몰린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다시 체결했다. 지금은 이 약정을 1년 연장할지 여부를 놓고 양측이 협의하는 중이다.

원칙적으로 부실기업은 서둘러 정비하는 게 좋다. 그래야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은 질서정연해야 한다. 2017년에 파산한 한진해운이 반면교사다. 당시 한진해운은 국내 1위이면서 국제 해운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이 부실기업에 본때를 보이는 데 치중한 나머지 한국 해운업은 소중한 자산을 잃었다.

올해로 출범 31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 항공사로 꼽힌다. 민항 1위 대한항공도 최근 경영권 분쟁과 조양호 전 회장 사망으로 어려움이 크다. 이미 시장에선 SK, 애경, 한화 등을 유망 인수후보로 본다. 누가 인수하든 아시아나항공도 살리고 국내 항공산업도 살리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우리는 기업 부실을 경영자의 실패로 낙인 찍는 경향이 짙다. 심지어 경영자가 도덕적 지탄을 받기도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미히르 데사이 교수는 "실패에 대해 낙인을 찍는 조직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금융의 모험'). 사실 모험을 권장하는 시장경제에서 부실기업 정리는 불가피한 절차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매각이 성사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순위 25위(자산 기준)에서 중견그룹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데사이 교수는 "실패를 자책할 일로 여기지 말고, 다시 태어날 기회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계기로 국내에도 이런 기업 구조조정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