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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회계문화가 아시아나 사태 촉발…자격증 보호 감사는 피해야"

"바뀐 회계문화가 아시아나 사태 촉발…자격증 보호 감사는 피해야"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인 정도진 한국회계정보학회장.(왼쪽에서 2번째)2017.2.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도진 한국회계정보학회장 "능동적인 감사 문화 정착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과거에는 공인회계사들이 회사원 같이 회계법인에 종속된 직원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전문가로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어려운 상황도 이런 이유로 밝혀진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인 정도진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은 16일 뉴스1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신(新) 외부감사법으로 회계감사가 깐깐해진 탓에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매각에 이르렀다는 업계의 분석이 적지 않은데,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사태의 본질은 감사문화 변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회계개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지 않느냐. 회계분식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회계개혁을 했는데, 왜 그동안은 안 되다가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 한정 감사의견이 나왔는가"라면서 "문화가 안 바뀌면,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안 된다. 외부감사법이 바뀌어서 한정 감사의견이 내려졌다고 보는 것은 과거와 똑같은 시각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흥미로운 것은 처음 아시아나항공 사태가 일어났을 때 '감사인이 교체됐나' 생각했다. 그런데 감사인이 교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전년과) 유사한 재무제표에 대해서 같은 감사인이 (전년과 달리) 한정 의견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사건을 보면 회계사들이 조치를 당했다"며 "이로 인해 회계사들이 회계법인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격증 빼앗길 것을 걱정하면서 일하는 시대가 됐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더 엄격한 잣대를 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요즘 업계에서는 '젊은 회계사들이 파트너 말을 안 듣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파트너가 '그냥 넘어가자'고 해도, 젊은 회계사들은 자기 자격증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 감옥에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감사문화가 위에서부터 바뀐 게 아니라, 감사현장에서 뛰는 젊은 회계사들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회계법인과 대기업 간 유착이 적은데, 대기업 의사결정권자들 출신이 대부분 아이비리그인 반면, 회계사들은 주립대 출신이 많아 인맥 연결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정 회장은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4대 대형 회계법인(빅4)과 대기업 간 유착으로 독립성 이슈가 지속됐는데, 감사문화의 변화로 이제는 유착의 고리가 느슨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현재의 감사문화 변화가 단순히 회계사가 자기 자격증을 지키기 위한 수동적인 행태에 머문다면, 이는 보수적인 감사 잣대 들이대기, 선량한 기업과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정 회장은 우려했다.

정 회장은 "오히려 신 외부감사법 때문에 기업 의견이 맞을 수도 있는데 감사인들의 주장을 기업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서 기업,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며 "감사인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감사했으니 면책될 수 있지만, 기업이나 투자자는 그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금은 보수적인 감사가 바른 방향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감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투자자 보호이지, 회계사 보호가 아니다"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회계감사가 아니라, 감사인의 회계사 자격증을 지키기 위한 외부감사법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회계사가 수동적인 감사가 아닌 능동적인 감사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정 회장은 "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양정기준을 발표하면서 회계사의 중과실 판단 기준을 가급적 명확히 하겠다고 한 것은 잘 잡은 방향"이라며 "나아가 고의와 과실에 대한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