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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낙태의사 1개월 자격정지' 일단 보류

복지부, '낙태의사 1개월 자격정지' 일단 보류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보류 지속
추후 형법 개정 따라 자격정지 집행할 수도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중절을 도운 의사 자격을 1개월간 정지하던 행정처분 집행이 계속해서 미뤄지게 됐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관련 규정을 완전 폐기하기로 한 것은 아니며, 모든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년 말까지 완벽히 유보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결국 개정 형법 내용에 따라 낙태 의사에 대한 행정제재의 실행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16일 복지부는 인공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보고 낙태하게 한 의사 자격을 1개월간 정지하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행정처분을 형법 제270조 개정 전까지 집행하지 않고 보류하기로 했다.

형법 270조 1항은 낙태죄 가운데 '동의낙태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재는 이 가운데 '의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낙태하게 한 경우와 각종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1~12개월간 의사 자격정지 처분을 하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을 공포했다. 이 중 낙태하게 한 의사에 대한 처벌은 형법 제270조 제1항에 근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낙태하게 한 의사에 대한 처벌은 실제 적용되지 못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크게 반발했을 뿐만 아니라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재 판단을 앞두고 해당 조항에 근거해 행정력을 행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에 지난해 말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집행을 헌재 결정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또 지난 11일 헌재가 낙태죄 폐지를 결정하자, 처벌을 또 다시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규칙이 현재로서는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행정처분 유예가 지속돼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접어들지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 형법이 인공임신중절 가능 주수를 몇주로 잡는지 등에 따라 추후 행정처분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헌재 결정은 낙태죄 관련 조항이 내년 말까지는 유효한 '헌법불합치'다. 형법 조항이 바뀌기 전까지 모자보건법 상 허용된 사유로 인하지 않은 인공임신중절은 엄연한 불법이다.

복지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동의낙태죄 조항을 법무부가 주도해 개정할 것으로 알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단 '자기낙태죄'에 해당하는 형법 제269조(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법무부와 복지부가 함께 개정할 방침이지만 형법 270조 개정은 법무부 소관으로 복지부가 앞서 행정규칙을 변경하기는 무리다.

결과적으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운명은 형법이 '임신 몇주'까지의 인공임신중절을 합법화할 것이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있어서 '모든 임신 기간에 걸쳐'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임신한 자의 자기결정권을 크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신 14주(단순위헌 의견 재판관 3인) 또는 22주(헌법불합치 의견 재판관 3인) 이전에 이뤄지는 임신중절은 합법화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새로운 형법은 임신 14주~22주 이후 낙태에 대해선 처벌을 규정할 수 있고, 그러면 복지부도 그에 맞게 의사 자격정지 처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엇이든 형법 개정안에 기반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며 관련 법 개정이 틀도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료관계 규칙 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