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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시작도 안했는데, 아시아나 놓고 '복잡한 셈법' 추측만 무성

매각 시작도 안했는데, 아시아나 놓고 '복잡한 셈법' 추측만 무성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박찬구 회장 참여說 등에 시장 혼란 "가능성은 희박"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오는 아시아나항공을 놓고 각종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했을 때 매각가만 최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M&A 시장 최대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및 채권단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다양한 설(說)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제안이 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부풀린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둘러싼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17일 아시아나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지분 11.98%는 금호석유화학이 보유 중이다. 지분율 33.47%의 금호산업에 이어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때 박삼구 전 회장과 갈등을 겪으며 2010년 계열분리 수순을 밟은 박찬구 회장이 거론된 배경에는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라는 예상이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회장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 주도로 설립됐다. 1990년대 배턴을 이어받은 박삼구 전 회장이 국제선 운항에 뛰어든 후 사세가 급격히 커졌다.

박찬구 회장은 계열분리 전 화학부문을 맡으며 항공업과 인연을 맺지 않았으나 어쨌든 한 지붕 아래 아시아나항공을 둔 경험이 있다. 박삼구 전 회장 입장에서 형님들로부터 이어받아 키운 아시아나항공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기보다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맡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며 금호석유화학 움직임에 관심이 쏠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백기사를 자처한 사모펀드(PEF)나 호남 연고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다만 이같은 추측은 3가지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첫번 째는 사모펀드 투자가 가능할지 여부다. 항공안전법은 해외자본이 국내에서 항공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온전히 국내 자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펀드조성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 구조여서 항공안전법에 따라 자격 부적합 판정을 받을 여지가 있다.

다음은 금호그룹 지원을 준비 중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이해관계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압박한 배경에는 견실한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회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후보군으로는 SK, 한화, 신세계, 애경그룹 등이 거론된다.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업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인데다 아시아항공의 영업실적 자체는 괜찮다. 국내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면 사태가 군더더기 없이 정리되는데 박삼구 전 회장 혈육인 박찬구 회장이 개입하는 건 채권단 입장에서도 불편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출자전환 등 지원 과정을 거치면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늘어나게 된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할 때 주식을 함께 붙여 파는 드래그얼롱(동반매각요청권) 조항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참여 업체가 많을수록 채권단은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목줄을 쥐고 있는 채권단이 박삼구 전 회장 개입을 놔둘 리 없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이 "매각 과정에 박 전 회장의 부당 개입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한 이유기도 하다.

마지막은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무리해서 인수할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계열분리 전 같은 그룹에 있었으나 항공업엔 관여하지 않았다. 최대 2조원에 육박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여력도 없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반대했던 박찬구 회장이다. 형인 박삼구 전 회장의 실책을 막으려 했던 박찬구 회장이 호남권 기업들과 컨소시엄까지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재계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매물이다 보니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설에 불과하다"며 "매각공고 후 실사를 거쳐야 인수후보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