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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최대과제

[윤중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최대과제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누가 인수할지는 안갯속이다. 자금력을 갖춘 기업,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들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정말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이 없는 걸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인 점은 맞다.

하지만 잠재적 매수기업들 입장에선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아직 매각주간사도 선정되지 않는 등 정확한 매각계획이 나오지 않은 데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충분한 자금지원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봐야 아시아나 항공의 몸값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흥행하기 위해선 채권단의 충분한 자금지원과 함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매각플랜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합리적 수준의 매각가격도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우선 채권단의 자금지원 규모는 이번주에 윤곽이 드러난다.

지난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시장의 신뢰는 벌써 상당히 회복됐다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구체적인 결정은 25일 전까지 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호 측은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시장의 관심은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요구한 5000억원 지원 외에 '+α'가 얼마가 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6000억~3조7000억원 규모이며 이 중 1년 내에 갚아야 할 부채가 1조원대다. 이 회장이 "만약을 위해 실제 자금이 들어가는 것보다 스탠바이론으로 좀 더 준비될 수 있다"고 밝혀 최대 1조원의 실탄이 지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이 충분한 자금지원과 함께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자산유동화증권(ABS)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각대금과 관련해서도 이 회장은 "실제 소요되는 비용은 3조6000억~3조7000억원의 채무 전체를 변제해야 하는 게 아니다"라며 "굉장히 절감된 3분의 1~4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자금지원 및 MOU가 이뤄져 시장이 안정되면 채권자들이 굳이 상환해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1조원 내외의 자금만으로 인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관건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매각플랜을 내놓을 수 있느냐다. 이를 의식하듯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에 대해 "그 진정성에 추호의 의문도 갖고 있지 않다"고 잇따라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 산은이 중국계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은 상표권, 호남정서 등을 이용해 번번이 방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박 전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뒤 다시 사들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제 공은 박 전 회장 일가에 넘어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최대 과제인 진정성 있는 매각 의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할 것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