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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영업익 반토막… 맥빠진 한국 경제

상장기업 1·4분기 실적이 반토막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67곳을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1.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금융정보업체인 연합인포맥스가 내놓은 분석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연합인포맥스는 금융업을 제외한 총 40곳의 실적을 살펴본 결과 1·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5% 급감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렇게 된 데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둔화 등이 겹쳐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15조6422억원)에 비해 60.4%나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SK하이닉스도 작년 1·4분기(4조3673억원)보다 68.7% 급감한 1조36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주력 수출산업인 화학·철강의 하락세도 뚜렷했다.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으로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7.7% 줄어들었고, SK이노베이션도 석유·화학제품 마진 감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53.5% 급감했다. 전자, 화학에 비하면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긴 하지만 포스코도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9.1% 줄어든 부진한 실적을 공시했다. 다만 현대차 등 자동차·부품업체 5개사의 영업이익이 35.1% 늘어난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모든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정부의 대응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해 답답하다. 기업 실적이 나빠진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대로 나쁜 외부 경제여건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 수출, 투자, 소비가 트리플 부진에 빠지고 기업 실적마저 비상등이 켜진 지금 상황은 경제위기 수준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 실적악화가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