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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아시아나는 배제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금호산업·아시아나는 배제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뉴스1DB)© News1

조 단위 공적자금 투입…집도의 채권단 책임감은 당연
아시아나 구성원 보듬어야 "구조조정 없다"에 더 혼란

"구조조정은 정말 없을까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질문이다. "아시아나의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안할 것"이라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인터뷰를 얘기하던 중 나온 말이다.

해당 관계자는 항공업 주요 자산 중 하나인 인력의 소중함을 채권단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운을 떼면서도 "그러나 구조조정은 산업은행이 하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반문했다.

타당한 의문이다. 지분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이 아닌 채권단에 생사여탈권이 좌우되는 냉정한 현실을 곱씹는 말로도 들렸다.

물론 아시아나를 포함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정상화의 집도의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맞다.

아시아나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감사보고서 한정의견 사태에 있지만 기저에는 과거 대우건설에서 금호산업으로 이어진 무리한 기업 인수 즉 경영패착이 자리 잡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의 오판은 그룹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했고 결국 매각이 결정됐다.

아시아나 매각 결정과 함께 산업은행은 경영정상화 지원에 조 단위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산업을 떠받쳐온 아시아나가 무너지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정책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당초 금호아시아나가 요청한 금액을 훨씬 웃도는 넉넉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장에 신뢰를 줘 매각순항을 유도하려는 취지의 조치기도 하다.

대주주 경영패착이 빚은 기업 위기에 조 단위의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만큼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맞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마무리 짓고 GM의 군산공장 폐쇄 후 한국철수 위기를 막았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느낄 책임감은 상당할 게 당연하다.

인수 후보군 문제와 아시아나 구조조정 등 매각 관련 쟁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도 이같은 책임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분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금호타이어 때와 달리 매각 대상 지분을 보유한 곳은 채권단이 아닌 금호산업이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매각주체의 뜻은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책임감은 이해되나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갈등의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 가격 등 매각조건은 금호산업과 인수후보자간 조율할 사안인데 채권단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잡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도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비수익 노선 정리를 결정한 아시아나는 희망퇴직과 무급 희망유직 등 구조조정 작업을 일부 추진 중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말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정리해고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인력감축은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맞지 않다고 여기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군살을 빼라는 채권단 주문에 부응하려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감축이 없는 부문은 '조종사·정비인력 등 핵심인력'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도 했다. 일반직 직원들은 "그럼 우리만 구조조정을 당하는 건가"라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

다른 직원은 핵심인력이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실제 최대 3년 조건의 무급휴직을 결정한 아시아나는 대상을 일반직으로 제한했다. 이동걸 회장까지 꼭 집어 '조종사·정비인력 등 핵심인력'으로 표현하면서 다른 직원들 불안은 가중됐다. 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

반문한 아시아나 관계자는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최대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은 알겠지만 매각 종료 후 구조조정 역시 새주인 의지에 달렸잖아요."

대주주 경영패착이 남긴 위기로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불안이 담겼다. 뒷맛이 씁쓸했던 이유다. 성급함 보단 매각주체와 대상기업을 되돌아보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