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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송호근의 고용주도성장 제안, 걷어차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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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주의자인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가 2일 고용주도성장 이야기를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한 사회원로 간담회에서다. 송 교수는 "정권 2년이 되고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정책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고용주도성장으로 바꾸는 등의 변화는 어떨까"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구체적으로 "주휴수당만이라도 고용노동부에서 피고용자에게 주면 고용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제안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올 1·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전분기 대비)로 떨어졌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기 힘들다. 일자리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민망할 지경이다. 한국갤럽(3월 15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경기전망을 물었더니 51%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14%에 그쳤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재인정부 2년을 10점 만점에 평균 5.1점으로 평가했다. 전문가 31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인사가 3.1점으로 가장 낮았고, 일자리가 4.2점으로 두번째로 낮았다.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조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초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청와대 경제원로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저소득층을 위한 인권정책은 될 수 있어도 경제정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궤도 수정이 잘못된 것도 창피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대선 때 유권자에게 한 대표 공약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은 족보 있는 이야기"라며 국제노동기구(ILO)가 임금주도성장을 주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핀트가 어긋난다. ILO는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라고 만든 단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라면 모를까, 한 국가가 온전히 경제정책의 뼈대로 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진보진영에서 불만이 나온다. 경제정책 기조를 고용주도성장으로 바꾸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물가와 고용을 양대 존재이유로 삼는다. 금리를 결정할 때 늘 고용을 염두에 둔다는 뜻이다. 연준이 왜 그러는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두번, 세번 그 이유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