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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거인' 롯데의 먹거리 사냥 재개


'잠자던 거인' 롯데의 먹거리 사냥 재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경영활동이 잠잠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 아시아 톱10' 목표 달성을 위해 시동을 다시 걸었다. 글로벌 신규 먹거리를 발굴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롯데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이 연내에 신규 먹거리 사냥에 적극 나서야 한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등에서 신 회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리는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 공장 준공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번 미국 롯데케미칼 공장 출장은 지난 2016년 이후 3년여만이다. 올 들어 가장 장거리의 해외출장이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건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지난해 연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연이어 방문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가속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연초에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도 힘을 쏟기 위해 일본 출장길에 몇차례 오른 것외에는 눈에 띄는 경영활동을 자제해왔다. 이번 미국 출장이 '잠자던 거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재판중 역대급 해외투자처 준공
이번 미국 출장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유통 및 내수산업에 집중해왔던 롯데가 미래 먹거리로 삼기위해 화학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한 곳이라는 점이다. 총 31억 달러(약 3조 6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공장은 롯데가 지분의 90%를 투자했으며 국내 단일기업 투자액으로는 역대 2번째로 큰 규모다.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해외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로써 롯데는 아시아 석유화학사 최초로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에탄크래커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특히 신격호 명예회장이 유통·식품 분야를 통해 롯데그룹 성장 발판을 만든 반면, 신 회장은 글로벌 화학산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 찾기를 그동안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애정이 더 가는 곳이다.

하지만 롯데의 이같은 원대한 꿈은 검찰 수사로 인해 좌초 위기를 맞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미국 공장과 액시올사 인수를 추진하던 2016년 6월 갑자기 들이닥친 검찰 수사로 인해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이후 롯데는 검찰 수사로 인해 액시올사 인수와 호텔롯데 상장 등 중요한 다수 사업을 포기해야 했지만, 결국 우여곡절을 거쳐 첫 삽을 뜬지 약 3년 만에 롯데케미칼 미국 공장의 준공식을 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등 신규 사냥감에 '군침'
이외에 재계 일각에선 신 회장이 이번 글로벌 경영활동 재개를 계기로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에 나설 것으로 조심스런 전망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롯데그룹의 내년 아시아 톱10기업 진입이라는 원대한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롯데그룹의 주요 알짜사업인 면세사업에 항공사업을 연계할 경우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신 회장이 그동안 금호그룹 오너 일가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최근 유통분야에서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물러난데다가 신 회장이 아껴왔던 1조8000억원대 가치의 롯데카드를 매각중이다. 새로운 기업 사냥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중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신 회장이 아직 대법원 재판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이 아킬레스건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일은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