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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강사 내모는 강사법 이대로 시행해야 하나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들을 대학 밖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사법은 흔히 '보따리장수'로 불리는 시간강사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지난 2011년 제정됐다. 2010년 한 지방대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강사법에는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1년 이상 임용하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3년 임용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선한 의도와 달리 강사법은 나쁜 결과를 낳고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상아탑을 지켜야 할 학자들이 머리띠를 둘렀겠나. 이들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96곳에서 강사가 담당하는 학점은 총 16만4689학점에서 13만8854학점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는 서곡에 불과하다. 오는 8월 법 시행이 본격화하면 일자리를 잃는 강사는 더욱 늘어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대학만 비난할 수도 없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소요예산이 296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확보한 예산은 288억원이 전부다. 추경으로 280억원을 더 배정했지만 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강사법은 2011년 제정 이후 네 차례나 시행을 미뤄왔다. 강사 해고대란 등 똑같은 이유에서였다.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명확한데도 이를 강행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교육을 우리 스스로 죽이는 꼴이 된다.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법 시행을 한 차례 더 유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