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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중 무역협상 벼랑끝, 새우등 터질라

미·중 무역협상이 벼랑 끝에 섰다. 합의에 실패하면 미국은 동부시간 기준 10일 0시1분(한국시간 10일 오후 1시1분)을 기해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5%로 올린다. 이와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이라고 가만 있을 리 없다. 중국 상무부는 "즉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고래 싸움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타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율을 올릴 가능성을 60%로 봤다. 이틀 전 예상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합의 가능성은 10%로 낮춰잡았다.

미국 협상팀은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끈다. 라이트하우저 대표는 대중 강경파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매파를 골랐다. 로버트하우저 대표는 중국이 '항복문서'를 내밀 때까지 몰아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유세에서도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고 비판했다.

당장은 고질적인 양국 무역수지 불균형을 바로잡는 게 미국의 목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지구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깔려 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면 필연적으로 기존 패권국과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 한다. 같은 일이 지금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다.

무역전쟁 확산은 우리에겐 대형 악재다. 소규모 개방경제국인 한국은 세계 교역시장이 활짝 열릴수록 좋다. 8일 신한금융투자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이다. 지금은 한국이 자본재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은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가량이 중국행이다. 미국이 관세장벽을 높이면 이 메커니즘이 흔들린다. 미·중 무역마찰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성장률과 일자리가 제일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