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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계 자유무역 질서 뒤흔드는 미·중 관세전쟁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10일 0시1분(미국 동부시간)을 기해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물리는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올렸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고율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0일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론 양국 간 고질적인 무역수지 불균형이 미·중 통상마찰의 배경이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그 뒤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중 간 패권 다툼이 있다. 1980년대 일본이 신흥 경제강국으로 떠오르자 미국은 플라자합의(1985년)를 통해 일본을 견제했고, 성공했다. 이후 일본은 엔고가 부른 급격한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장기불황 터널에 갇혔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처럼 당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고, 예상대로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국에 맞섰다.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예측불허다.

긴 눈으로 보면 미·중 관세전쟁은 1930년대 대공황 직후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1930년)을 앞세워 수입품에 60% 가까운 관세를 물렸다. 캐나다와 유럽 등 교역 상대국은 즉각 보복했다. 이때 관세전쟁이 세계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다는 데는 학자들 간에 별 이견이 없다.

전후 미국 등 전승국들은 관세전쟁에 대한 반성으로 GATT, 곧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1947년) 체제를 출범시켰다. 회원국 간에 관세장벽을 낮춰 세계교역을 증진하는 데 목적을 뒀다. GATT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로 바뀐다. 하지만 G2 두 거인의 충돌 앞에서 WTO의 자유무역 규정은 한낱 종이조각으로 전락할 판이다.

당장 한국 경제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핵심 교역국이다. 두 나라가 관세장벽을 높이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좋을 턱이 없다. 관세는 미·중 두 나라의 성장률을 동시에 갉아먹을 게 틀림없다. 우리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6~2.7%로 전망한다. 1·4분기에 마이너스(전분기 대비)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 점차 나아질 걸로 본다. 여기에 대형 변수가 나타났다.
미·중 관세전쟁은 전후 70년 넘게 이어져온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다. 정부는 먼저 이 전쟁의 본질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대응책을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