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적합업종 지정이 내수 위축? 도 넘은 팩트 왜곡"

중국산 김치 늘어난 이유를 적합업종 때문이라니 답답
사실은 단체급식용만 규제.. 국내 김치시장 규모는 더 커져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적합업종 지정이 내수 위축? 도 넘은 팩트 왜곡"

"일부에서 적합업종과 관련해서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김치의 경우 적합업종 때문에 중국산 김치가 판을 친다고 하는데 전체의 10% 미만이다. 오히려 김치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 시장 점유율도 높아졌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장(사진)은 최근 서울 구로동 동반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적합업종 때문에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수출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건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이 같이 밝혔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이나 시급히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업종 등이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결정되면 해당 업종엔 대기업이 5년간 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입할 수 없다. 위반 시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권 위원장은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김치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조44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성장했다. 2014년도 12.6%였던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도 18.6%까지 높아졌다"면서 "수출과 수입 모두 조금씩 증가했다. 그런데 수입이 조금 많아졌다고 해서 이걸 적합업종 때문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단체급식에 제공되는 김치에 한해서만 규제하고 있다. 대기업이 규모를 더 키우고 싶다면 기술 개발을 해서 수출량을 늘려야 한다"라며 "발광다이오드(LED)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서 중국 업체에만 좋은 일 시켰다고 하는데 중국 기술이 상당히 발전하면서 저가공세를 펼치니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빵집의 경우에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도입 후 외국계 빵집만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 권 위원장은 사실을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규제하는 건 길가의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늘었다는 외국계 빵집은 호텔 안 빵집인데 호텔 빵집은 적합업종에 해당하지도 않고 총 20개 정도 뿐"이라며 "이름 때문에 국내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를 외국계 브랜드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대형 빵집이 독과점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등 소비자 후생에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적합업종 제도는 우리나라 정부만 하는 과도한 개입이 아니다. 독일은 자격제도로, 일본은 사회문화적으로 이를 보호한다"며 "독일의 빵집·문구점·정육점·자동차 정비 등 특정 산업은 마이스터(독일 기술·기능 자격증 취득자)만 영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은 가업을 승계하는 문화가 이어지면서 대기업 독식 문화가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소상공인들은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하더라도 심의 등을 거쳐 지정까지 최장 15개월이 걸리는 점을 지목한다. 적합업종 지정 전 긴 공백기가 생기면서 이 때를 틈타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이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정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권 위원장은 "최장 15개월인데 빨리 하면 9개월에도 가능하다. 최대한 앞당기도록 노력하겠지만, 앞당기는 것만 능사는 아니어서 면밀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보호기간 공백을 대응하고자 대·중소기업간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확정시까지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있다. 또 관련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이 필수인 만큼 상생문화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내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상생문화 확산에 힘쓰겠다. 과정을 보면서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정책 당국자들에게 상생협력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기업, 일반 국민으로 확산되면 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간접지표로 동반성장을 나타내는 척도는 임금격차라고 본다.
동반성장이 잘 되는 나라는 임금격차가 작다"며 "우리는 임금격차가 과거보다 1년에 1% 정도씩 더 늘고 있다. 이는 곧 우리의 동반성장 수준이 과거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공무원들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