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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알짜 상장사 한전을 이렇게 망쳐도 되나

한국전력이 올 1·4분기(1~3월)에 629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14일 공시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이 맞닥뜨린 '어닝 쇼크'다. 한전은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영업이익이 12조16억원에 달했다. 그 후 지난해 2080억원 적자를 내더니 마침내 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전력당국은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을 탓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화력발전 의존도를 높인 사실 자체가 탈원전 정책의 무모함을 입증한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수원 등 106개 자회사를 거느린 상장사 한전 주가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대안으로 삼은 신재생에너지 진흥사업은 병목현상에 갇혀 있다. 막대한 재원을 들여 가동수명을 연장시킨 월성 1호기를 졸속 폐쇄한 것도 돌이켜보면 자충수였다. 값싼 원전 전기를 포기한 만큼 비싼 LNG발전을 늘려야 해서다. 결국 정부의 불합리한 에너지 전환정책의 총대를 메느라 한때 우량기업이었던 한전이 적자기업으로 전락한 꼴이다.

재생에너지 구입단가가 지난 3년간 56% 급등한 사실도 주목된다. 정부는 탈원전 깃발을 들며 기술 발달로 재생에너지 기자재 가격이 대폭 내려갈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잇따르면서 관련 기술혁신은 벽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한전이 낮시간대에만 가동되는 태양광 전기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면? 정부와 한전이 산업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외통수로 몰릴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진흥의 모범 사례로 치부됐던 독일에서 불거지고 있는 자성론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다.
시사지 슈피겔은 얼마 전 특집기사를 통해 탈원전을 기조로 한 에너지 전환정책이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전기료를 끌어올리면서 온실가스도 늘리는 바람에 산업계와 주민 양쪽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면서다. 정부가 '탈원전 폭주'를 멈추고 차세대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에너지믹스 전략을 다시 짤 때다.